나의 애독시(461) : 갈대 / 천상병

갈대1.jpg



나의 애독시(461)

 

 

갈대 / 천상병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 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그리울 때, 기쁠 때, 슬플 때, 그 어느 때건 이 시인의 시를 찬찬히 읽어보면 이런 시인이 있었다는 건 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갈대는 그리운 벗이 되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 되어 버립니다. 그의 시의 분위기는 따뜻해서 갈대조차도 마음 통하는 위안의 대상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정말로 환한 달빛 아래 갈대밭 속에 서서 갈대를 한동안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요. 그러나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타게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갈대만이 아니라 갈대가 아닌 것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시인 신경림의 갈대’(나의 애독시(6))와 비교하여 함께 읽어보면 두 시가 주는 갈대의 분위기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겁니다요.

 

세상을 살다 보면 외로움 속에 있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외로움을 이기기 위하여 외로운 대상을 찾아 함께 하는 날이 있습니다. 달빛 내린 갈대밭은 그 흔들리는 흔들림만으로 세상의 외로움을 이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상병 시인 또한 그러한 삶의 길을 살았다고 봅니다. 세상으로 나가는 길도 그 외로움을 이겨내야 불빛 환한 세상으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인지상정(人之常情) 같은 마음이 있어야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생깁니다. 달빛이나 갈대나 천상병 시인이나 그 하나하나가 스스로 외로움의 대상이었겠지만 함께 있다는 그 풍경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품어주는 풍경일 겁니다. 갈대를 바라보는 시인, 달빛을 받아 품어내는 눈빛, 그 흐름을 읽는 갈대, 이것이 조화입니다. 외로움도 그 조화로써 갖는 마음이 있어야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즐기는 것은, 그 끝없는 깊이에 서로가 서로를 인내하는 법을 깨닫게 하는 것 같습니다. ‘환한 달빛 속에서 / 갈대와 나는 / 눈물로 젖어 있었다.’라는 것은 새벽이슬이 내릴 때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인데, 그 긴 시간 응시할 수 있는 서로의 마음을 갈대는 흔들리며 흔들리는 마음을 전해주고 있었다고 여겨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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