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460) : 과수원에서 / 마종기

과수원.jpg




나의 애독시(460)

 

 

과수원에서 / 마종기

 

시끄럽고 뜨거운 한 철을 보내고

뒤돌아본 결실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가 내게 말했다.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난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땅은 내게 많은 것을 그냥 주었다.

봄에는 젊고 싱싱하게 힘을 주었고

여름에는 엄청난 꽃과 향기의 춤,

밤낮없는 환상의 축제를 즐겼다.

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

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내 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

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

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그 감격이 내 몸을 맑게 씻어주겠지.

 

열매는 음식이 되고, 남은 씨 땅에 지면

수많은 내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구나.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구나.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나기를.

 

 

우리들은 살면서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상대적 결핍감을 느끼는 때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내가 받은 것이 정말로 별로 없을까요? 내가 받은 것은 실제로 많습니다. 받은 건 접어두고 모자라는 것만 생각하니까 모자란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지요. 사과나무의 목소리를 빌려 시인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라는 것이지요. 땅에서 받은 것,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그냥 받은 게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봄이 준 싱싱한 힘, 여름이 준 엄청난 꽃과 향기, 그리고 열매 등등. 결실을 이룬 이 내 모습의 내가 되기까지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받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지요. 남에게 주고 난 뒤 생기는 기쁨도 그냥 받을 것임을 알 때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임을 알 때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는 것이 아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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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영범
    • 2025.09.30 09:25
    너는 그냥 준다지만 내 손엔 쥐기가 어렵구나
    너 처럼 잘 생김 율곡 선생님을 모셔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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