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457)

♬ 누군가와 차 한잔 마시고 싶다 / 이채

햇살은 다정해도

바람은 왠지 쓸쓸한 탓일까?

가을엔 낙엽 지는 가을엔

누구와 차 한 잔의 그리움을 마시고 싶다.

가을바람처럼 만나

스산한 이 계절을 걷다가

돌계단이 예쁜 한적한 찻집에서

만추의 사색에 젖어들고 싶다.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빨간 단풍잎처럼 만나도 좋겠지

은은한 가을 향을 마시며

깊어가는 가슴을 고백해도 좋겠지

굳이 사랑이 아니라도 괜찮아

가을엔 낙엽 지는 가을엔

노을빛 고운 들창가에 기대어

누구와 차 한 잔의 그리움을 마시고 싶다.

◑ 이 가을에 가을바람처럼 만나 ‘누구와 차 한 잔의 그리움을 마시고 싶다.’라는 소망이 진실하게 가슴에 와닿는군요. 그렇지 않아도 낙엽 지는 가을엔 온통 쓸쓸함 투성이인데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을 마련하지 못해서야 쓰겠습니까요? 돌계단이 예쁜 한적한 찻집이라도 좋고,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흐르는 찻집이라도 좋지요. 그것도 아니라면 아무데면 어떻겠어요?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계절이 이미 만추의 분위기를 주고 있네요. 은은히 퍼지는 커피향을 맡으며 지나간 날의 가슴을 털어놔도 좋겠지요. 부부나 연인 사이라면 더 좋겠지만, 맘 딱 맞는 친구끼리 노을빛 고운 들창가에 앉아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이 가을의 쓸쓸함을 서로 나누고 싶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