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455) : 귀뚜라미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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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455)

 

 

귀뚜라미 /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이 시를 가사로 한 안치환의 노래를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은 잔잔해지고 귀뚜라미 울음에 가슴 한구석이 울렁이는 듯합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내 타전소리가 /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 귀뚜라미 소리는 다름 아닌 내 가슴에서 다른 사람을 향해서 울리고 있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있군요. 사소한 풀벌레 소리로 가을을 느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듣는 시인의 청력이 민감합니다. 전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렇게 멋진 노래의 가사를 정말로 안치환이 썼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 주옥같은 가사가 바로 나희덕 시인의 이 시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귀뚜라미의 애절하고 외로운 울음이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아 공감을 주네요. 살아가면서 내 행동과 말과 생각이 이웃에게 얼마만큼 진실함을 전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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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건석
    • 2025.09.26 06:10
    가을에 들어서니 부쩍 댓글이 늘어나서 정말로 고마워유. 좋은 시를 올리도록 노력할께유.
    저  또한  문외한이지만  하나 하나  배워갑시다.
    덕분에 시적인? 노래 찾아 들어보니 역시 처음이네요.
    내 분야가 아니었나 봅니다  ㅎ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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