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445) : 네게로 가고 싶어 / 박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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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445)

 

 

네게로 가고 싶어 / 박명순

 

 

너를 잊었다는 말은

정말이지 거짓말이었어

잊은 줄 알았는데

너와 거닐었던 그 길의 가로수

아직도 기억 속에 서 있는 걸

 

유유히 흐르던 강물을 재우고

물안개 피어나던 아침을 맞이한 강가

아무 말 없이 서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던 그 시간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의 소용돌이에서 맴돌고 있어

 

바람에 흔들리던 풍경

잔잔히 울려 퍼지는 작은 산사

마루에 걸터앉아 인생을 이야기 하던

그 가을날의 추억

어느 문을 열면 다시 들어갈까

 

네게로 가고 싶어

가진 것 아무것도 없어도

따듯한 품으로 안아줄 수 있는

무언의 사랑을 가진 네게

어느 가로수 길을 따라가면

네게로 갈까

잊혀져 가고 있는 네게

 

 

잊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건 어리석은 짓인지도 모르지요. 널 잊었다고 말하는 건 속으로는 네가 몹시 그립다는 말에 다름 아니지요. 만난 적이 많을수록 그런 순간들을 잊는 데에 많은 괴로운 몸부림이 따를 거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나 그건 착각입니다. 잊는다는 것은 사랑한 후에 치러야 하는 가장 큰 벌인데, 그러나 그건 그 사람을 만난 횟수가 아니라 사랑한 크기와 깊이에 따라 받는 벌이지요. 불과 몇 번을 만났다 하더라도 사랑이 크고 깊었다면 그 사람과의 추억을 흔적도 없이 없애 버리는 일이란 힘들고 괴로울 수밖에 없겠지요. 어느 가로수 길을 따라 어느 문을 열면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그 가을날의 너와의 추억의 장소로 가고 싶은 생각이 누구에게나 간절한 희망사항이 될 때가 있는 것이지요. 나이 들어 그렇게 남겨진 그리움이 삶의 지탱이 될 수도 있을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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