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4. 음악 감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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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회의 결과는 연주보다는 감상자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악회는 연주자만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상자도 마치 시험을 준비하듯이 음악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대단한 음악 애호가나 전공자 혹은 엄청난 지성인이 아니라면, 세계적인 작곡가들이 만든 명곡을 아무런 준비 없이 처음 들어서 감동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청력이 좋다고 음악이 들리는 것이 아닙니다.

청중은 음악회에 가기 전에 음악회에서 연주될 곡목을 예습해 가야 합니다. 이 점은 음악회에 임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입니다. 그리고 음악회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음악회의 기본 사항이며, 음악회의 사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필수 사항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준비는 하지 않고 공연장에 가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해설이 난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연주회를 시작하기 전에 해설까지 해주니, 그것만 들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더욱 사전 준비를 하지 않고 가게 되는 것입니다.

미리 해설서를 읽으면 가장 좋겠지만, 책까지는 사지 않더라도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곡목에 대한 정보를 찾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음반을 미리 들어본다면 최고의 예습이 될 것입니다. 음반을 사지 않더라도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에서 음악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음악회 날에 미용실도 가고 옷도 신경 쓰면서, 정작 음악에 대해서는 예습하지 않는 것입니다. 학교 갈 때 숙제도 예습도 하지 않은 채로, 머리와 화장에만 신경을 쓰는 학생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음악회는 놀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말로 하는 해설이 아니라 음악을 직접 먼저 들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해설에서는 정작 곡을 제대로 들려주지 않습니다. 거의 말로만 하는 실정이지요.

음악회의 중요한 덕목은 시민의 교양을 높이는 데에 있습니다. 교양의 기본은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입니다. 남이 떠 먹여주는 지식을 섭취하는 것은 교양이 아니라, 무엇을 찾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탐색하는 것이 교양입니다.

클래식 감상이라는 행위는 다만 듣는 것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것은 클래식 감상의 특징이자, 클래식의 어려운 점이며, 또한 동시에 클래식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공부는 자신이 스스로 하는 것이 진짜입니다. 누가 제시하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진정한 공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클래식을 들을 때에 작곡의 배경이나 작곡가가 살았던 시대 상황을 번거롭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더 깊이 감동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여기고 흔쾌히 공부하여야 합니다. 그러면 더욱 좋은 감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 감상을 위해 시작한 공부지만, 나아가서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흥미를 갖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클래식 공부를 시작했다가, 문학, 미술, 건축, 역사, 지리, 심지어 의복이나 술이나 빵 등에 관한 공부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렇게 클래식을 감상한다는 것은 단순한 듣기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와 나아가 인간과 연결을 지어서 이해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