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상 후기(4-5)
- 서건석
- 2025.09.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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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4. 음악 감상 후기
[4-5]
♬ 클래식 공연에선 박수 치기가 까다롭다고 하여 박수 치기가 망설여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공연장에서 만나는 반가운 것도 박수지만,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박수입니다. 쉬운 예로 가짜 청중은 박수로도 판별됩니다. 작품이나 연주 해석의 방향에 대해서 전혀 공감하지 않으면서 별생각 없이 손뼉을 칩니다. 이것이 가짜 박수입니다.
그들은 작품성이나 연주의 성과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박수를 남발합니다. 다만 수고했다는 순진한 마음으로 손뼉을 치는 것에서 시작하여, 예의상 박수치고, 사교적으로 박수치고, 자신이 이해한 척하며 가장하기 위해서나 잘난 척하려고 손뼉을 칩니다. 또한 누구는 돈이 아까워서 박수치고, 자신의 박수가 무대에서 보이라고 박수치고, 작곡가나 연주자가 아는 사람이라서 손뼉 칩니다. 그중 가장 나쁜 것은 초대받아 왔으니 치는 박수입니다. 연주자가 스승이라 박수치고, 아이의 선생이니 박수치고, 내 제자니까 박수치고, 선배니까 손뼉 칩니다. 그리고 남들이 치니까 박수치고, 몰라서 박수치고, 잠 깨려고 박수치고, 집에 간다고 좋아서 손뼉을 칩니다. 그들 모두 가짜 청중입니다.
가짜 손뼉을 치면, 음악을 잘 모르는 다른 사람을 선동하거나 오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음악을 모르는 다른 청중은 적극적으로 박수치는 그들을 따라갑니다. 그것은 과거에 나치나 공산당이 하던 짓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박수를 듣고 ‘아, 공연이 좋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며, 공연장 밖에 나가서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퍼뜨리게 됩니다. 그것이 결국 좋지 않은 공연을 포장하게 되고, 역으로 그것을 들었던 일부 연주자나 작곡가들은 스스로에게 도취되게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함량이 떨어지는 취재기자나 호사가들마저도 그런 박수를 호평의 증거인 양 인용하는데, 이런 경우는 의외로 많습니다. 기사를 보면 “많은 박수를 받았다.”라고 쓰는데, 그 자체는 사실이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성공의 증거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가짜 청중의 가짜 박수 때문에 졸지에 별 볼일 없는 공연이 성공적인 공연으로 둔갑하게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자기 학교 교수의 공연에 몰려와서 도가 넘는 박수와 ‘브라보’를 연발하는 음대생들은 그들이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나쁜 일을 자행하는지 의식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공연 도중에 곡이 다 끝나지 않았거나 한 악장이 끝났을 뿐인데, 터져 나오는 박수를 종종 듣습니다. 어서 빨리 손뼉을 치겠다는 마음 때문에 빚어진 것입니다. 간혹 본인이 이 곡을 안다고 남에게 과시하려고 남보다 빨리 손뼉을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을 소위 ‘안다 박수’라고 부르며, 남들이 다들 치니까 그냥 따라서 치는 박수를 ‘눈치 박수’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도는 귀여운 것입니다. 가장 나쁜 것은 남을 선동하는 ‘선동 박수’입니다. 무엇보다 박수는 남을 배려해야 하는 행동입니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나면 무조건 손뼉 치는 것만이 칭찬이 아닙니다. 공연이 끝나면 부리나케 치는 손뼉보다는 감상을 조용히 정리하고, 마음의 정화를 이루는 침묵도 중요합니다.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공연이 끝난 후에 종종 긴 시간 동안 손을 내리지 않고 마치 명상하듯이 멈추어 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중요한 것은 객석을 향해 손뼉을 치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조용하고 명상적인 곡은 끝났을 때 손뼉을 치는 것은 고요한 감동에 싸여 있는 다른 청중의 감상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조용히 있는 것도 현명한 태도입니다. 박수는 천천히 쳐도 늦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면 공연이 끝나면 앙코르를 꼭 들어야 할 것 같은 태도로 죽어라고 손뼉을 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마치 본전을 뽑겠다는 전투적인 자세입니다. 물론 앙코르가 필요한 때도 있고 좋은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앙코르를 요구하는 태도는 바람직스럽지 않습니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연주가들도 진정한 예술가라면 번외의 박수를 바라기보다는 진지하게 본 곡에 더욱 전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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