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상 후기(4-4)
- 서건석
- 2025.09.1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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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4. 음악 감상 후기
[4-4]
♬ 무대 위에서 유일하게 연주도 노래도 하지 않는 사람, 가장 쉬울 것 같지만,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 오케스트라가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연습을 주관하는 사람, 그가 바로 지휘자입니다. 연주자들은 여러 지휘자를 겪어보고 서로 다른 지도력을 배웁니다. 연주자가 연주를 완벽하게 하지 못할 때 그를 ‘인간’이라고 부르지만, 지휘자에게 문제가 있을 때는 그를 ‘범죄자’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지휘자는 완벽해야 하며 최고여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전 단원이 불행해지기 때문입니다. 무대 위에서 아무 악기도 연주하지 않는 그가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오케스트라 앞쪽 가운데가 지휘자의 자리입니다. 다른 자리는 모두 옮길 수 있어도 그 자리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바닥으로부터 약 30cm 높이의 단을 놓고 그 위에서 지휘합니다. 그래도 높이가 높이인 만큼 단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가장자리에는 안전바가 있습니다. 어떤 지휘자들을 방방 뛰면서 지휘하니까 그렇습니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향해 팔을 휘젓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만들어 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음악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많은 지휘자가 악보를 외워서 지휘합니다. 지휘자가 보는 악보는 스코어라고 부르는 ‘총보’입니다. 전체 악기의 악보가 모두 함께 그려져 있는 새까만 악보입니다. 그 악보를 보고 박자를 지휘하지만, 연습 도중에는 자주 멈추고 연주 방법을 변경하라고 지시합니다.
지휘자와 음악감독이라는 직책이 분리된 오케스트라도 있습니다. 이러한 체제에서 음악감독은 연주회 레퍼토리를 구성한다든지, 지휘자를 임명하고 단원을 선출하는 권리를 가집니다. 영화에서 제작자가 감독을 캐스팅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휘자가 모든 권한을 가진 오케스트라가 많습니다. 지휘자는 악장과 각 파트의 수석들과 대화하고 연습의 모든 부분을 책임집니다.
지휘자는 아마도 가장 말이 많은 보스일 것입니다. 모든 것을 말로 지시하고 연주자들을 잠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습니다. 지휘자가 맘에 들지 않으면 출근하기가 싫어집니다. 지휘자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사표를 제출하는 연주자들도 있습니다. 지휘자는 정치인입니다. 100명이 넘는 단원들의 개별 성향과 음악적 역량을 이해하고 그들의 관계를 조절해야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언변도 뛰어나야 하고 카리스마도 있어야 합니다. 지휘자의 목소리와 발음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 사이와, 또 음악 소리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목소리가 아니라면 지휘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또 호감을 주는 인상이나 말투는 지휘자에겐 없으면 안 되는 자질입니다.
연주자들 사이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고 합니다. 히틀러와 스탈린, 그리고 지휘자가 눈앞에 있다고 하고, 나에겐 총이 있는데 총알이 두 발밖에 없다고 할 때 누구를 쏘아야 하는가? 두 발 모두 지휘자를 쏘아야 한다는 것이 그 답이라고 합니다.
지휘자에겐 악기가 없지만 대신 지휘봉을 듭니다. 그러나 지휘봉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지휘봉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라는 지휘자는 지휘봉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어떤 사람이 최고의 지휘자일까요? 오케스트라가 최고의 곡을 연주하게 해서 다른 오케스트라보다 인정받게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관객에게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는 것일까요? 이것이 물론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단원들을 무섭게 다루어서 그들이 긴장하게 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연주를 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지휘자가 아니라 권력자입니다. ‘역시 무서운 지휘자 밑에 있을 때 연주도 훌륭해.’라고 하지만 그것은 아직 진짜 지휘자를 만나보지 못했을 때의 생각입니다.
진정한 지휘자는 연주자의 재능과 감정을 모두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연주자가 연주하는 기계의 부속품이 아닌, 음악을 만들어 내는 주체라고 느끼게 만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연주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가 맡은 파트의 수석 연주자처럼 연주하게 하고 스스로 창조하는 예술가임을 확인시켜 주는 사람, 그것이 진정한 통솔력을 가진 지휘자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에 한 연주자가 다른 사람들과 어긋난 소리를 낼 때, 지휘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은 지휘자가 윽박지르거나 엄하게 경고해서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긴장하게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고의 지휘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습니다. 당신이 옳았을 수도 있습니다. 지휘자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다시 해봅시다.”라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연주자는 다시는 틀리지 않습니다. 지휘자를 위한 연주가 아닌, 자신과 함께 연주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연주하는 사람은 틀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력이 없는 지휘자는 나쁜 지휘자입니다. 하지만 더 나쁜 지휘자는 훌륭한 지휘자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지휘하는 사람입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그것이 단원을 위해서였고, 또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악적이었던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카리스마와 강압적인 것은 혼동되기 쉽습니다. 사람들이 리더의 순수한 의지에 감동하고 존경을 느꼈다면 그것이 카리스마입니다. 그러나 리더가 주는 공포 때문에 질서가 잡힌다면 그것은 강압적인 것입니다. 후자는 일시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강압적인 지휘자는 결과적으로 완벽한 연주를 해서 모두가 자신에게 감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의 적들, 즉 단원들은 자신들이 아니라 지휘자를 위해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연주하게 됩니다. 최고의 지휘자는 자신의 이름과 명성, 업적을 위해 연주자들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최고의 지휘자는 우리가 음악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며 그러한 의지를 모두가 느끼기 때문에 연주자는 더 열심히 재능을 꺼내는 것입니다. 관객은 그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감동하고, 그들을 지휘한 사람에게 더 큰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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