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상 후기(4-3)
- 서건석
- 2025.09.10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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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4. 음악 감상 후기
[4-3]
♬ 원래 오케스트라의 주인은 현악기였습니다. 그들은 제1 바이올린 주자로 모신 고전주의 시대의 귀족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이 대부분 현악기로 구성되었습니다. 그 뒤 악곡은 낭만주의 시대를 맞아 풍부한 표현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원천은 관악기의 힘이었습니다. 목관악기는 다양한 빛깔의 음색으로 인하여 여러 갈래로 음악을 갈랐고, 금관악기는 후기 낭만파 음악의 오케스트레이션에서 심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충실한 하인으로 작은 소리만을 내던 타악기는 현대에 이르러 중요한 동반자로 등장하였습니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은 압도적인 존재감과 강렬한 리듬감으로 무장한 타악기를 근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그와 같은 시대를 함께 산 많은 작곡가가 두드리는 악기의 가능성을 시험하였습니다. 권력의 물길은 소수에서 다수로 흐르듯, 타악기는 더 이상 변두리 악기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관현악의 민주주의는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결실을 본 것입니다. 그것은 벨라 버르토크의 <현악기와 타악기,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이었습니다. 마침내 타악기는 현악기와 같은 몫으로 참여하여 조화와 균형의 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긴 선율보다 리듬을 중시하는 재즈나 록 음악에서 타악기가 배제된 악기 편성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지요.
음악은 간혹 권력에 빌붙은 작곡가에 의해 표제를 달고 선전의 임무를 맡을 때가 있었습니다. 또 순수하게 창작되었으나 선전물로 바뀔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건 음표로 이루어진 하나의 악곡에 지나지 않습니다. 음악은 음악으로만 말하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창작 성향을 비난한 소련 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제5번 혁명 교향곡>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당국은 진지하고 힘찬 이 곡을 듣자 도리어 정부 시책을 지지하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곡을 두 가지 의미로 풀이합니다. 하나는 순수하게 음악으로 받아들이고 또 하나는 들을 적마다 나름대로 받아들입니다.
작곡가는 한정된 음 재료를 가지고 무수히 많은 음곡을 뽑아내는 환상의 아이디어맨입니다. 따라서 음악은 어느 예술보다 많은 가족 성원을 두고 있습니다. 세상에 갖가지 종류의 음악이 있고 별의별 곡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그건 만드는 자의 생각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것일 뿐, 근본이 음악인 점에선 모두 같습니다.
음악은 상대주의 입장에서 들어야 합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친숙한 음악 분야는 가까이하고 낯선 음악 분야는 되도록 멀리합니다. 눈은 새로운 걸 찾고 귀는 익숙한 걸 찾는 성향도 있으나, 실은 그것처럼 기호(嗜好)가 엇갈리는 예술은 달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음악은 눈으로 보는 그림과 달리 귀를 통해 온몸으로 듣습니다. 그러므로 “곡이 좋아도 누구나 좋아할 수는 없다.”라는 옛말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좋을지라도 가슴을 달구지 말아야 하며 비록 싫을지라도 혐오하지 말아야 합니다.
음악은 정신문화의 하나로 만들어지는 창작물입니다. 이전에도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어지며 이후에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소수가 듣는 것도 있고 다수가 듣는 것도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만든 것도 있고 연령층에 따라 즐기는 것도 있습니다.
음악은 이처럼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자기 영역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때로 그것에 대한 사랑은 신상(神像)에 대한 믿음과 비견됩니다. 그러나 음악은 가족 간에 분쟁을 일으키는 일은 없습니다. 종교에 퓨전(fusion)은 힘들어도 음악에 퓨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굳이 다툼한다면 서로 다른 악기 소리와 노랫소리로 할 따름입니다. 크로스오버가 그것입니다. 실로 무궁한 조화의 음색이요, 신나는 화합의 무대입니다.
결국 음악은 가리지 않고 들으면 교양이 넓어지고 폭넓게 들으면 즐거움이 깊어집니다. 유대인이었던 멘델스존의 음악도 좋아하고 이스라엘에선 지금도 금기시하는 바그너의 음악도 좋아해 봅시다. 서양의 오페라를 즐긴다면 동양의 오페라,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창극과 판소리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아가 클래식을 듣는 마음으로 대중가요를 받아들이고 종교음악을 듣던 귀로 팝과 재즈, 테크노 음악도 들어봅시다. 심지어 헤비메탈 부류의 음악조차 무시하지 맙시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동요를 불렀습니다. 이제 민요도 불러봅시다. 내친김에 여러 나라의 민속음악까지 듣는다면 분명 청각의 지평이 넓어질 것입니다. 모든 음악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건 평화를 위한 세계인의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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