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440) :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국화2.jpg



나의 애독시(440)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 시를 모를 리가 없지요. <님의 침묵>과 더불어 만해 한용운의 대표작이지요. 자연의 신비로운 아름다움 뒤에 있는 절대자에 대한 동경을 간절한 물음과 기원의 형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신비함 속에 있는 절대자의 모습을 추구하고, 번뇌하며 구도하는 자아의 세계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하면 되겠는지요. 우리는 어느 날 우연치 않게 생각 밖의 경이로움에 마주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화자가 그런 관점에서 절대 심상인 오동잎발자취’, ‘푸른 하늘얼굴등 상징적 대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절대자의 힘 앞에 자신의 존재가 약한 등불처럼 미약함을 자각하고, 그 본모습을 찾아 헤매는 열정을 형상화한 것이 아니겠는지요? 타고 남은 재가 어떻게 다시 기름이 될까 하고 깊이 생각하지 마시지요. 그리 하다 보면 시 전체의 의미를 놓칠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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