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 Piano Trio Op. 50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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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360)

 

360

 

Tchaikovsky / Piano Trio Op. 50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협주곡 등 다른 장르에 비해 비교적 적은 수의 실내악곡을 남겼는데, 모두 실내악곡을 5곡밖에 쓰지 않았습니다. <피렌체의 추억>이라는 표제가 붙은 현악 6중주 Op. 70, 유명한 <안단테 칸타빌레>가 포함된 현악 4중주 제1Op. 11과 제2Op. 22, 3Op. 30, 그리고 피아노 3중주 a단조 Op. 50이 모두입니다. 그중 그가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하던 중 위대했던 선배를 추모하면서 쓴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휴머니즘이 농익게 열매를 맺은 피아노 3중주곡 최고의 걸작 중 하나입니다.

 

<피아노 3중주>어느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그 예술가란 다름 아닌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입니다. 모스크바 음악원을 설립하면서 초대 원장이기도 했던 그는 차이코프스키를 이 학교에 불러 교편을 잡도록 주선한 장본인이었으며 간혹 피아노 협주곡 등에 대해 혹평을 아끼지 않기도 했던 스승이었습니다. 1881년 루빈스타인의 작고 소식을 들은 차이코프스키는 그때까지 한 번도 쓰지 않았던 피아노 3중주의 형식을 빌려 스승을 추모하기 위해 작곡하였던 것입니다.

 

일찍이 이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작품23>에 대하여 혹평을 가해 내성적인 차이코프스키를 대단히 격분시킨 일도 있으나, 그 후 이 협주곡은 폰 붤러를 비롯한 명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여 호평을 받았고, 차이코프스키가 작곡 등 작품 활동에서 뛰어난 자질을 보여 주어 루빈스타인도 마침내 후배인 차이코프스키에게 사과를 하였다고 합니다. 1878년 루빈스타인이 파리에서 <피아노 협주곡 제1>을 연주하자 그의 탁월한 연주는 대단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가 이 곡을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이렇게 차이코프스키와는 여러모로 인연을 맺었던 루빈스타인이 파리에서 숨을 거둔 것은 1881년이었다. 니콜라이 루빈스타인(Nikolai Rubinstein, 1835~1881)은 안톤 루빈스타인의 친동생으로 러시아를 대표하는 명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교육자였습니다. 차이콥스키가 니콜라이 루빈스타인과 항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은 아니지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을 루빈스타인이 혹평하자 차이코프스키는 이에 분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는 곧 선배 음악가인 루빈스타인의 음악과 경험의 풍부함에서 그의 조언을 많이 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선후배로, 또 동료 음악가로 우정을 나눈 두 사람은 안타깝게도 1881년 루빈스타인의 죽음과 대면하게 됩니다. 모스크바 음악원의 초대 교장이었던 루빈스타인의 후임으로 차이콥스키가 지목되었지만, 그는 이를 물리치고 로마로 떠난 후 선배 음악가를 애도할 작품을 작곡할 것을 결심하게 되지요. 그렇게 완성된 악보에 차이코프스키는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a la memoire d’un grand artiste)라고 적으며 루빈스타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하였습니다.

 

알다시피 피아노 3중주는 피아노 · 바이올린 ·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실내악 양식이지요. 그런데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는 이 세 악기가 동시에 울리는 소리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생 피아노 3중주곡을 단 하나밖에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평소 꺼리는 양식에 손을 대게 된 것은 가까운 친구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죽음 때문이었습니다. 루빈스타인이 파리에서 연주 여행 도중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차이코프스키는 슬픔을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그는 루빈스타인의 후임으로 모스크바 음악원장으로 부임해 달라는 부탁을 뿌리치고 친구의 마지막 길을 보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여행길에서 루빈스타인을 추모하는 피아노 3중주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를 썼습니다.

 

이 작품의 피아노 파트는 루빈스타인의 위대한 음악성에 대한 일종의 헌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라는 제목 없이도 이 작품은 무언가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분산화음으로 조용히 시작되는 피아노에 이어지는 표정 풍부한 첼로와 바이올린 선율이 깊은 호소력을 가지고 다가옵니다.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비애와 애수, 그리고 아련한 향수가 비로소 구체적인 청각적 실체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 그래서 마치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던 옛 추억의 이야기가 조용히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 작품은 일생의 친구를 잃은 차이코프스키의 애수와 고독을 음악으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가 사랑하던 친구 루빈스타인을 위해서 평소 거부감을 가졌던 피아노 3중주라는 형식을 받아들인 것은 그의 나이 마흔두 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가 이렇게 일생 동안 이 형식을 아꼈던 것은 어쩌면 루빈스타인을 위한 최후의 걸작을 만들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는 단 하나의 유일한 작품으로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축복해 주었던 것입니다.

 

존경하는 선배의 죽음을 애도하여 작곡된 만큼 그렇지 않아도 특유한 분위기로 채색되고 있는 그의 음악은 이 곡에서 더욱더 애잔한 정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더구나 치밀한 작곡 기교를 구사하고 있는 점과 특히 피아노 파트가 웅장하고 화려하면서 매우 기교적으로 작곡되어 있는데, 이는 당대의 유명했던 피아니스트를 추억하면서 쓴 차이콥스키의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작품은 2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2악장은 주제와 변주로 음악 규모가 큽니다. 이처럼 한 악장의 규모가 커 악장 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이후 작곡한 그의 관현악 모음곡 3에서 나타납니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애수가 넘쳐흐르는 차이코프스키의 감성이 물씬 풍깁니다. 피아노 파트 선율이 특히 장대하고 수려하게 흐르는데 피아니스트였던 루빈스타인을 생각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비가(悲歌)적 악장’(Pezzo elegiaco)이라고 쓰인 1악장은 조용하게 흐르는 피아노의 반주에 맞춰 첼로가 감상적인 색채를 띤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합니다. 세 개의 악기가 번갈아 가며 제1 주제를 노래한 후 피아노가 제2 주제를 강하게 연주합니다. 이 주제는 또한 변형되어서 나오는데 아니마토로 변하면서 음악은 점차적으로 고조되다가 조용해집니다.

 

2악장은 주제와 변주’ 1부와 변주 피날레와 코다’ 2부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작품은 실내악으로 이례적일 정도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제는 차이코프스키와 루빈스타인을 포함하고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들이 교외로 나간 어느 날 루빈스타인의 청으로 부른 농부들의 노래를 회상하며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변주곡의 첼로 선율과 같이 거의 고전적인 선율로 시작하여 변주에 변주를 거치면서 점차적으로 황홀경에 빠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마지막 변주에서는 갑작스럽게 단조로 전조되면서 1악장의 주제가 장대한 무게감을 가지고 나옵니다.

 

1악장 Pezzo Elegiaco. 차이코프스키의 우울한 성격에 더해 러시아적 우수와 서정적인 선율이 첼로, 피아노, 그리고 바이올린에 의해 번갈아 가면서 선보이고 있는 우아하면서도 비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악장입니다. 차이콥스키의 섬세하고 염세적인 성격과 루빈스타인과의 애틋한 추억에 의한 상념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2악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Theme and Variations 1-11 모스크바 교외에서 들은 농민들의 노래에서 유래한 마주르카와 왈츠 등 다양한 변주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2Variation Finale Et Coda 힘차고 웅장한 변주로 시작하면서 그 비극적 어두움이 절정을 이룬 후 마지막에 피아노가 잔잔한 장송 행진곡 리듬을 연주하면서 막을 내립니다.





Denis Kozhukhin(p), Janine Jansen(vn), Mischa Maisky(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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