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26) : 엄마 무릎 / 임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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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326)

 

 

엄마 무릎 / 임길택

 

 

귀이개를 가지고 엄마한테 가면

엄마는 귀찮다 하면서도

햇볕 잘 드는 쪽을 가려앉아

무릎에 나를 뉘어 줍니다.

그리고선 내 귓바퀴를 잡아 늘이며

갈그락갈그락 귓밥을 파냅니다.

 

아이고, 니가 이러니까 말을 안 듣지.

엄마는 들어 낸 귓밥을

내 눈앞에 내보입니다.

그리고는

뜯어놓은 휴지 조각에 귓밥을 털어놓고

다시 귓속을 간질입니다.

 

고개를 돌려 누울 때에

나는 다시 엄마 무릎내를 맡습니다.

스르르 잠결에 빠져듭니다.

 

  

누구나 이와 엇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어서 무척 동감하리라고 봅니다. 사랑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그 특별함은 항상 사소함을 동반하는 것 같지 않아요? 가족의 사랑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가족의 특별함 때문이지만, 그 특별함은 집에 돌아왔을 때 왔어?’라고 묻는 작은 사소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됩니다요. 세상에서 가장 포근함을 주는 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가장 사소한 부분을 챙겨주시는 분이십니다. 엄마의 무릎에 누워 간질간질 귀 파는 일을 떠올리니 가만히 있는 귀가 별안간 간지러워지며 내 온몸이 작은 소리로 말하는 것 같네요, “엄마, 엄마!! 그때 생각이 나네요.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그렇기에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어머니를 여읜다는 건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것과 다름없다고요. 임길택 시인이 시를 엮고 적은 머리말에 제가 쓴 시들한테서도 어떤 향기가 있어, 시를 읽는 사람마다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욕심을 부려 봅니다.’ 하셨는데, 시보다 아름다운 삶을 세상에 쓰고 가신, 그리움의 향기를 오래도록 읽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그런 호사를 누리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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