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 String Sextet ‘Souvenir de Florence’ Op. 70 (359)
- 서건석
- 2025.05.18 05:59
-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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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359)
359
♣ Tchaikovsky / String Sextet ‘Souvenir de Florence’ Op. 70
♬ 1890년 1월,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초연을 성황리에 마친 차이코프스키는 거의 탈진 상태에 빠졌습니다. 후원자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제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국외나 국내를 막론하고 모든 연주회 일정을 취소하고 이탈리아로 가서 넉 달 정도 쉬면서 다음 오페라 작업을 해야겠습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1월 30일 피렌체에 도착한 그는 푸슈킨의 희곡에 기초한 오페라 <스페이드 여왕>의 작곡에 매달려 6주에 걸쳐 초안을 잡았고 다시 6주 뒤에는 대부분의 작업을 마쳤습니다. 워낙 감정 이입을 잘하는 그였기에 비극적인 마지막 장면을 위한 곡을 쓰면서는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직후 <피렌체의 추억>에 착수했는데, 어쩌면 이 작품은 그런 상태에서 탈출하기 위한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합니다.
<현악 6중주 피렌체의 추억 Op. 70>은 차이코프스키가 1890년에 작곡한 현악 6중주(바이올린 2대, 비올라 2대, 첼로 2대)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실내악 협회에서 차이코프스키를 명예 회원으로 임명하면서 이에 답례로 협회에 헌정한 곡입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4악장 형식으로, 프랑스어로 ‘피렌체의 추억’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데, 그 까닭은 작곡자가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방문한 중에 작곡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 곡의 제목이 ‘플로렌스의 추억’입니다. 이탈리아의 피렌체(Firenze)를 영어로는 플로렌스(Florence)라 부른다고 합니다. 로마의 북서쪽 약 230km, 아펜니노산맥 기슭, 아르노강 연변에 있는데, BC 1세기 무렵 로마 식민군에 의해 건설된 이 도시는 15세기 초에는 재벌 독재 권력 메디치가(家)가 장악한 후 예술과 학술을 후원하는 등 르네상스 진흥을 위해 노력한 그들에 의해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역사적 배경 까닭에 건축사적으로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많은데, 독특한 고딕양식으로 세워진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지오토의 벽화로 유명한 산타 크로체 성당, 르네상스 종교 건축의 최고 걸작 가운데 하나인 산 로렌초 성당을 비롯하여 산 마르코 수도원 등의 종교 건축물이 있습니다. 1560년 바자리가 설계한 우피치 궁전은 현재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유명한 우피치 미술관이 되어 있습니다.
<피렌체의 추억>은 여러모로 이례적인 작품입니다. 먼저 현악 6중주라는 형태가 러시아 실내악에서는 보기 드문 구성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비단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을 둘러봐도 이 분야의 명작은 브람스 정도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세계에서 실내악이라는 장르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아도 그런데, 그가 남긴 실내악곡은 8편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차이코프스키는 왜 이런 작품을 썼던 것일까요? 일단 1890년 7월에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곡은 집에서 간단히 편곡하여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은 연주회에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당시 폰 메크 부인은 와병 중이라 외부 출입을 삼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하필 ‘현악 6중주’라는 형식을 취한 이유까지 설명되지는 않지요. 이 곡의 첫 스케치가 이루어진 시점은 188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실내악 협회로부터 작품 의뢰를 받아 놓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가 굳이 6중주라는 형태를 택했던 것은 가급적 많은 회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낯선 장르에 대한 도전은 만만치 않은 산고(産苦)를 안겨주었습니다. 작곡 초기에 그는 여섯 개의 성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관현악용 악보를 작성한 다음에 그것을 6대의 현악기를 위한 악보로 재편곡하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시켜 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이 생겨 작업은 한결 수월해졌지만, 그런 우여곡절은 야릇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날 이 곡은 ‘현악 6중주’보다는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으로 더 각광받고 있는 편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주로 후반 두 악장을 개정하여 1892년 6월에 악보를 출판했고, 같은 해 11월 2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식 초연을 가졌습니다. 이때는 레오폴드 아우어가 이끄는 앙상블이 연주를 맡았는데, 차이코프스키는 평소 아우어의 칸틸레나(서정적인 선율) 연주 능력을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곡에 관한 또 하나의 쟁점은 매력적인 부제에 있다고 봅니다. ‘피렌체의 추억’, 또는 보다 낭만적인 뉘앙스의 ‘플로렌스의 추억’이라는 부제는 당연히 ‘이탈리아적’인 이미지를 환기시키지요. 다시 말해서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교향곡>에서 느낄 수 있는 밝고 쾌활한 기운이나 이탈리아의 토속적인 소재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곡에서 마주치게 되는 ‘이탈리아’는 다분히 제한적입니다. 이를테면 첫 악장에서는 그 열기와 격정이 부각되지만, 그조차 어딘지 음울한 기운을 띠고 있으며, 느린 악장에서 전해오는 정서도 남국의 한가로운 여유라기보다는 북구의 우수를 가득 머금은 회상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이 곡은 대체로 단조를 기반으로 전개되며, 후반 두 악장에는 러시아의 민요나 춤곡의 선율과 리듬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즉 이 곡에 투영된 이탈리아는 어디까지나 러시아인 차이코프스키의 눈에 비친 이탈리아라고 해야겠습니다. 아울러 부제에 명시된 ‘추억’ 역시 이탈리아에서 떠올린 러시아인의 추억이며, 보다 먼 과거에 관한 회상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 붙여진 플로렌스의 추억은 큰 의미가 없으며 내용적으로도 이탈리아보다 러시아적 체취가 강하며 러시아 민요 선율도 사용되어 있습니다.
제1악장: Allegro con spirito. 두터운 화음 반주를 타고 등장하는 맹렬한 제1 주제로 시작됩니다. 그 역동적이고 정열적인 악상이 전체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가운데, ‘돌체 에스프레시보 에 칸타빌레’의 제2 주제가 부드러우면서도 우수 어린 표정으로 대비를 이룹니다. 발전부에서는 제1 주제의 모티브를 자유롭게 변형시킨 진행과 대위법적인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마지막은 화려하고 극적인 코다로 장식되는데, 차이콥스키는 여기에 <스페이드 여왕>에서 따온 두 개의 주제를 삽입했습니다.
제2악장: Adagio cantabile e con moto.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애절한 울림으로 가득한 도입부에 이어 부드럽게 노래하는 제1 주제가 등장합니다. 기타 연주 같은 피치카토 위에서 펼쳐지는 이 D장조 선율은 세레나데 풍으로 제1 바이올린에서 첼로로 이어지며, 보다 표정이 풍부한 F♯장조의 제2 주제를 이끌어 냅니다. 중간에 휩쓰는 듯한 움직임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모든 악기가 활 끝으로 연주하는 리듬은 남부 이탈리아의 민속 춤곡인 타란텔라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차분한 서정이 감도는 선율이 아름답습니다.
제3악장: Allegretto moderato. 단조와 장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러시아 민요풍의 스케르초 악장. 주부에서는 은근한 추진력을 지닌 리듬과 장중한 표정이 교묘히 어우러지며, 트리오에서는 농민들의 잔치를 그린 듯한 흥겨운 리듬과 익살스러운 표정이 부각됩니다.
제4악장: Allegro vivace. 소박한 러시아 춤곡풍의 리듬을 지닌 D단조의 제1 주제와 매끄럽게 흐르는 C장조의 제2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나타 형식의 피날레. 제시부와 재현부에서 제1 주제는 푸가토로 발전하는데, 이 푸가토는 차이코프스키가 특히 자랑스러워했던 부분입니다. 제2 주제는 D장조로 재현된 후 장대하고 격렬한 클라이맥스로 치달아 올라 극도의 흥분 속에 마무리됩니다.
Baiba Skride, Violin Ilian Gârnetz, Violin Nils Mönkemeyer, Viola Adrien La Marca, Viola Sol Gabetta, Violoncello Astrig Siranossian, Violonc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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