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 Manfred Symphony Op. 58 (358)
- 서건석
- 2025.05.17 05:43
-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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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358)
358
♣ Tchaikovsky / Manfred Symphony Op. 58
♬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제1번 〈겨울날의 몽상〉에서 제6번 〈비창〉에 이르는 여섯 편의 교향곡 외에 표제 교향곡을 하나 더 남겼지요. 철저한 표제악적 작품인 <만프레드(Manfred)> 교향곡이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은 번호가 없는 이 <만프레드 교향곡>까지 포함해 모두 7곡입니다. 이 작품은 제4번과 5번 사이에 해당되는 1885년(45세) 4월에 시작돼서 그해 9월에 완성됐습니다.
1867년 러시아를 방문한 베를리오즈는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극시에 기초하여 작곡한 〈이탈리아의 해럴드〉를 지휘하였는데, 당시 공연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러시아인들은 바이런에 대해 열광하였습니다. 당시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의 이론적 지원자였던 스타소프가 3막 10장에 달하는 장편 극시 ‘만프레드’를 각색한 대본을 5인조의 리더 발라키레프에게 보냈고, 발라키레프는 대본을 베를리오즈에게 보내면서 새로운 표제 교향곡의 작곡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고령이었던 베를리오즈는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고 그 대본은 발라키레프의 서재에 오랫동안 잠들게 됩니다. 10여 년이 흘러 1880년 차이코프스키가 발라키레프의 제안으로 작곡된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출판 초판 악보를 발라키레프에게 선물하자 이에 대한 답례로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서재에서 잠들어 있던 대본을 꺼내어 〈만프레드〉 교향곡을 제안하게 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베를리오즈 작품과 너무 유사하여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거절하였지만 끈질긴 발라키레프의 권유와 설득에 차츰 마음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차이코프스키는 이 대본을 받은 후에도 작곡의 의지를 별로 보이지 않다가 스위스를 여행하는 동안 바이런의 극시를 다시 읽고 작품을 구상하면서 내용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작품 속 만프레드의 고독함과 음울함에 공감하면서 작곡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만프레드는 그 외면(外面)은 무모하고 난폭하지만 내면은 온화하고 섬세하며 과거를 회상할 때는 죄의식과 우울함에 사로잡히는 전형적인 ‘바이런적인 주인공’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인생과 세상에 대한 회의와 번민에 빠져서 일절 지식과 신앙을 부정하고 마법을 배워 알프스에 칩거하다가 목숨을 끊으려는 만프레드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그 내용에 깊이 빠져들게 되고 창작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귀국 후 대본을 자기 나름대로 수정하면서 작곡에 착수하였고 1885년 완성하여 1886년 3월 모스크바에서 초연하였습니다. 완성 직후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최고 작품 가운데 하나’라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어둡고 추상적인 이 만프레드에 대해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작곡을 착수하기 이전, 슬럼프와 의지가 저하된 상태였던 차이코프스키는 만프레드를 읽으면서 점점 주인공의 내면에 심취했다고 합니다. 작품 속의 만프레드는 죄의식과 우울함에 빠져 있고, 인생의 번민에 빠져 지내는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1885년 9월 완성을 하게 되고, 표제 음악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그였지만, 오늘날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과 <이탈리아의 해럴드>와 많은 비교가 되는 작품입니다. 전체 4악장 구성으로 엄청난 악기 구성의 규모와 파이프오르간까지 등장하는 대곡입니다. 연주 시간이 55분이나 되는 이 대곡을 듣고 있으면,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각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됩니다.
〈교향곡 ‘만프레드’〉는 차이코프스키의 대표적인 ‘표제 교향곡’ 중 하나로서, 바이런의 극시 <만프레드>에 기초한 작품입니다. 바이런의 극시(劇詩) <만프레드>는 3막 10장, 약 3천 행에 달하는 장대한 작품입니다. 중세 알프스 산의 성주 만프레드는 지식과 신앙을 겸비한 인물이었지만 어느 날 세상에 권태를 느끼면서 ‘회의(懷疑)의 지옥’에 떨어져 알프스의 마녀로부터 마술을 배웁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구원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게 되어 죽을 곳을 찾아 헤매던 중 알프스의 신 ‘아리마네스’의 궁전에 이르게 되고 그곳에서 여신 네메시스를 만나 그녀의 신통력으로 ‘아스탈테’의 영혼과 해후하게 됩니다. ‘아스탈테’는 만프레드의 사랑의 배신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고 만 여인입니다. 만프레드는 그녀에게 자기를 구원해 줄 것을 간청하지만, 곧 죽음이 올 것이라는 통고를 받게 됩니다. 끝내 그는 온갖 욕설과 조소를 쏟아내면서 지옥에 떨어지고 맙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만프레드〉는 아리마네스의 궁전에 가기 전에 방황하는 만프레드를 묘사한 1악장, 극시의 배경을 그린 듯이 묘사한 2, 3악장, 아리마네스의 궁전에 들어간 이후를 표현한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교향곡이라기보다는 연작 교향시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4악장 구성이지만 각 악장에 표제가 붙어있고, 명확한 줄거리를 지니고 전개됩니다. 각 악장이 그렇고 네 악장 전체의 흐름도 그렇고요. 여기에 차이콥스키는 ‘교향곡’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또 이 교향곡에는 번호를 붙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교향곡이 교향곡인지 아닌지 혼동이 일어나지요. 이 곡은 제목만 교향곡이지 차이코프스키의 다른 교향곡과는 전혀 다릅니다. 연작 교향시 작품에 교향곡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할까요. 차이콥스키의 다른 교향곡은 형식적으로 전형적인 교향곡의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작품과는 큰 차이가 있지요. 제목을 교향곡으로 붙인 것과 교향곡으로 발표한 것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전집에 이 곡을 넣는 사람도 있고 빼는 사람도 있습니다. 교향곡으로 분류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지요.
먼저 이 곡이 교향곡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차이코프스키가 이 곡에 ‘교향곡’이라는 제목을 붙였기 때문이겠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곡이 교향곡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의 이유는 차이코프스키 자신이 이 곡을 교향곡으로서 번호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차이코프스키가 이 곡을 교향곡이라고 생각했다면 분명히 번호를 붙였을 것입니다. 만약 차이코프스키가 이 곡에 교향곡 몇 번이라고 번호를 붙였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지는 거지요.
제1악장 Lento lugubre-Moderato con moto. 고뇌에 빠져 알프스 산속을 방황하는 만프레드의 모습을 그린 장엄하고 비극적인 악장입니다. 단조의 곡으로 목관의 저음 주제가 만프레드를 표현하고 힘겨운 행진곡이 시작됩니다. 안단테에서는 만프레드에게 버림받은 여인 아스탈테의 주제가 나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특유의 극적인 웅장함, 비장함이 동시에 들리는 악장입니다.
제2악장 Vivace con spirito. ‘알프스의 산신령’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알프스의 산신령이 만프레드 앞에 나타나는 악장으로 처음에 정령들이 난무하는 듯한 분위기와 폭포의 물보라가 무지개를 만드는 장면이 경쾌하고 다채로운 선율로 그려지고 우아한 선율이 굽이치듯 여신 네메시스의 힘으로 아스탈테의 환영이 나타납니다. 트리오로 들어가면서 부드럽고 우아한 주제는, 매력적인 마법의 세계를 그린 듯합니다
제3악장 Andante con moto. ‘마을의 생활’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소박하고 자유로운 산마을을 표현합니다. 알프스의 평화로운 전원이 그려지는 마을이 보이나 그 속에 있는 만프레드는 여전히 고난이 가득한 것을 표현한 론도 악장입니다. 목동의 피리를 연상하는 오보에와 플루트의 연주가 인상적인 악장입니다. 알프스인들의 소박한 생활상을 그린 느린 악장으로 시칠리아노 풍의 파스토랄, 사냥꾼들과 농부들의 춤이 등장하며 밝고 한가로운 모습이 만프레드의 어둡고 격렬한 모습과 대조를 이룹니다.
제4악장 Allegro con fuoco. 알프스의 산신 아라마네스의 지하 궁전에서 펼쳐지는 향연을 그린 악장입니다.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떠올리게 하는데, 온갖 요괴들과 괴물들이 광란의 춤을 추며 요란하고 격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도중 만프레드는 아스탈테의 망령과 마주하고, 죽음을 예고 받는 장면, 마침내 지옥으로 떨어지는 선율로 이어지는 악장입니다. 웅장한 금관과 엄청 빠른 현악기 군들의 움직임이 끊임없이 연주되고, 선율의 흐름이 유려하게 움직이다 조용히 오르간이 더해지며 피날레를 완성하게 됩니다.
Mariss Jansons(cond)
Oslo Philharmo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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