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24) : 목련이 진들 / 박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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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324)

 

목련이 진들 / 박용주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 빛 꽃잎이 되어

우리내 가슴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 잎 한 잎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 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러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랴

 

 

개나리, 벚꽃 등과 더불어 4월에 피어나는 대표적인 꽃나무인 목련은, 나무에 피어나는 크고 탐스런 연꽃이라 하여 목련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옥처럼 깨끗하고 소중한 나무라고 하여 옥수’, 옥 같은 꽃에 난초 같은 향기가 있다고 향란’, 난초 같은 나무라고 목란’, 꽃봉오리가 모두 북쪽을 향했다고 북향화’, 꽃봉오리가 붓끝을 닮았다고 목필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마치 나뭇가지에 백옥이 매달린 듯, 새하얗게 피어나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목련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던 박목월의 시, ‘사월의 노래가 생각나기도 하고, 양희은의 하얀 목련이란 노래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나쳐 가며오며 뒤돌아보게 만들던, 골목길 어느 오래된 2층집 정원에 피어 있던, 그 새하얀 목련은, 이젠 다 떨어지고 푸르른 잎사귀만을 남겨 놓았습니다. 떨어지는 목련을 보며 느끼는 개인적인 애상을, 80년 광주의 시대적 아픔으로 녹여내 승화시킨 작품으로, 이 시를 쓴 시인의 당시 나이가 16세였다고 합니다. 그는 시집 한 권을 내고 절필을 선언했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일찍 세상의 아픔에 눈을 떠야만 했던 조숙한 천재적인 시인의 삶이, 채 잎을 내기도 전에 꽃부터 먼저 피워 올려야만 했던, 목련의 운명과 너무도 닮은 것 같지요. 내일이 마침 5 18이군요.

 

박용주는 1973년 광주출생이며 1987년 당시 나이 15, 전남 고흥 풍양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전남대학교에서 주최한 ‘5월 문학상목련이 진들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때 시들을 모아 시집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를 펴내고 난 이후에는 시작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목련이 진들'19805.18 광주 민중항쟁을 온전하게 문학으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1989년에 음악 활동하던 소리모아 박문옥 선생이 작곡하여 5.18을 추념하는 노래로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광주항쟁은 두 가지 감정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무고하게 죽임당하고 사후에도 매도당했던 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스러움, 슬픔이 자리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항쟁에서 살아남아 그 이후의 역사를 이끌어온 항쟁의 전사들과 그들과 함께 발맞추며 투쟁해 온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입니다. 표층적으로는 전자의 감정이 두드러지지만, 내면적으로는 후자를 깊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5.18 광주 민주 영령들을 목련처럼 순백의 영혼으로비유하면서 흰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속에 또 하나의 목련으로 끊임없이 피어나는 것을 목도하고 그런 역사를 계승할 것을 우리 스스로에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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