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 Symphony No. 4 Op. 36 (355)
- 서건석
- 2025.05.14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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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355)
355
♣ Tchaikovsky / Symphony No. 4 Op. 36
♬ <교향곡 4번>은 차이코프스키가 37세였던 1877년에 작곡해 이듬해 초연한 곡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모두 6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그중에서도 후반부에 놓이는 4번부터 6번까지가 오늘날 자주 연주됩니다. 특히 맨 앞에 놓이는 4번은 이전까지 차이코프스키가 보여줬던 교향곡 작법(作法)의 미숙함을 단번에 씻어내면서, 러시아풍 교향곡의 전형을 선보이고 있는 걸작입니다. 게다가 본인이 곡에 대해 매우 세세한 해설을 남겨 놓고 있어서, 별도로 곡의 제목을 붙이지 않았음에도 표제 음악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표제 음악이란 작곡가가 곡의 제목을 별도로 붙이고 해설까지 달아 출판하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예컨대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이라든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같은 곡이 대표적입니다.
어떻게 해서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곡에 대해 그토록 자세한 설명을 남겼던 걸까요? 그것은 바로 한 여인과 주고받은 편지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교향곡 4번의 작곡에 착수하기 직전이었던 1876년,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일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여인을 알게 됩니다. 그 여인은 러시아 철도 부호의 미망인이었던 폰 메크 부인이었습니다. 모스크바 음악원 설립자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 그녀와 차이코프스키의 관계를 주선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물론 카페에서 소개팅을 시켜준 건 아니었구요, 후원자와 예술가의 관계, 말하자면 일종의 ‘스폰서십’을 주선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와 그녀의 ‘관계’가 그리 단순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14년간 그들이 주고받은 1,200여 통의 편지들은 후원자와 예술가의 관계로만 보기에는 애매한 내용들이 적잖게 섞여 있습니다. 남녀 사이에 오간 서신이다 보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은 14년간, 어느 사교 파티에서 딱 한 번 스치듯이 얼굴을 본 것 외에는 서로 만난 적이 없으니, 상대에 대해 얼마나 커다란 환상을 품었겠습니까? 교향곡 4번은 바로 그 든든한 후원자이자 연모의 대상을 염두에 두고 쓴 첫 번째 곡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곡에 대해 세세한 해설을 써서 폰 메크 부인에게 첫 번째 악보를 선사했지요.
그렇지만 곡의 정서는 매우 암울합니다. 러시아적 애상감은 물론이거니와 때때로 폭발하는 광기마저 느껴집니다. 물론 차이코프스키의 어두운 천성이 음악에 작용했을 겁니다. 우랄산맥 서쪽의 잿빛 광산촌 보트킨스크에서 태어난 차이코프스키는 태생적으로 어두운 정서를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이 곡을 듣기 위해서는 차이코프스키의 당시 상황을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폰 메크 부인과 ‘스폰서십’을 맺은 이듬해에 모스크바 음악원 학생이었던, 그러니까 자신의 제자였던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결혼하지요. 그 결혼은 밀류코바 측의 열렬한 구애 탓에 이뤄졌다고 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매우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성품을 지닌 데다가, 마음속으로는 이미 폰 메크 부인에게 사모의 정을 느끼고 있었을 테니까요. 아울러 그는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이래저래 결혼을 흔쾌히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차이콥스키는 그렇게 복잡한 내면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그 결혼은 두 달도 안 돼 파경을 맞는데, 차이코프스키는 결혼이 깨지기 직전에 모스크바 강에 뛰어들어 자살 소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한데 이 ‘자살 시도’라는 것도 영 석연치가 않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슈만이 라인강에 몸을 던졌던 것과는 달리, 강물 속으로 ‘풍덩’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지점에 이르자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얼어 죽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물론 10월 초였기 때문에 강물은 제법 차가웠을 겁니다. 하지만 그 동사(凍死) 기도라는 것도 본인의 말일 뿐, 실제로 그가 자살을 결행했던 것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어쨌든 차이코프스키는 구조됐고 동생에 의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교향곡 4번은 그렇게 복잡한 상황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밀류코바를 피해 이탈리아로 도망친 차이코프스키가 산레모 바닷가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을 완성한 교향곡이지요. 앞서 작곡한 1~3번과 확연히 구별되는 완성도를 보여 줍니다.
이 곡은 결혼 후 녹록치 않던 삶을 그려내듯 시종일관 비극적인 분위기로 전 악장을 해석하는 편지를 후원자에게 남겼는데, 이를 통해 당시 그의 고뇌 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6개의 교향곡 중 가장 드라마틱한 작품으로 차이코프스키 스스로도 “내가 작곡한 작품 중 최고”라며 애정을 보인 작품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제자 세르게이 타네예프(Sergey Ivanovich Taneyev, 1856~1915)에게 “〈교향곡 4번〉의 단 한 마디라도 내가 느낀 것을 진실하게 표현하지 않은 것은 없으며, 깊게 숨겨진 나의 마음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없다.”라고 전하며 곡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였습니다.
남겨진 기록엔 차이코프스키의 결혼은 흔히 불행하였다고 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아내 안토니나 밀류코바가 자신의 감수성과 예술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한 지 1개월도 안 되어 차이콥스키는 아내와 별거하였고 별거 기간 동안 〈교향곡 4번〉 1악장을 완성하였습니다. 이후 이탈리아 북서부 해안 산 레모에서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4번〉을 완성하였지만, 다시는 아내와 만나지 않았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시기 그의 후원인 폰 메크 부인(Nadezhda von Meck, 1831–1894)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서신 교환으로 우정을 쌓았습니다. 차이코프스키에게 있어 폰 메크 부인의 후원은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경제적인 후원은 작곡가로 하여금 작곡에 몰두할 수 있는 물질적 안정을 주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4번 교향곡>의 작곡 도중 편지로 “저는 이것을 당신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 속에 당신의 가장 절친한 생각과 느낌이 반영된 것을 반드시 찾아내리라 믿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4번 교향곡>의 표지에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에게(To My Best Friend)’라고 적혀 있는데 이것은 폰메 크 부인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폰 메크 부인에게 〈교향곡 4번〉 전(全) 악장에 대한 작곡가의 해석을 적은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 편지에 따르면, 이 작품을 고뇌하며 방황하는 인간, 어쩌면 차이코프스키 본인의 고뇌를 그린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그의 실패한 결혼 두 달 전부터 착수한 교향곡 제4번은 이탈리아 산레모에서 완성하였습니다. 이렇듯 다시 그가 작곡에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던 데는 철도 갑부의 미망인 폰 메크 부인의 힘이 컸습니다. 그녀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깊은 감동을 받고 연간 6,000 루불의 막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서로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15년 동안이나 편지 왕래만으로 이어졌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요.
제1악장 Andante sostenuto-Moderato con anima. 운명과의 싸움 — 호른과 파곳이 격렬한 팡파레를 연주하면서 시작하는데, 차이콥스키는 그것을 “이 교향곡 전체의 핵심이며 정수”라면서 이 주제 선율을 차이콥스키는 ‘운명 주제’라고 했습니다. 편지에 따르면, 서주는 “이 교향곡 전체의 씨앗이며, 본 주제···행복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하며 또 질투에 가득 찬 채로 행복과 평화가 결코 완전하고 밝게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시하고 있는 운명이며 운명적인 힘”이라고 묘사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운명적 힘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이 힘이 “무익하고 괴롭게 할 것”이라고 합니다. 힘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절망은 심해지고 그래서 백일몽에 빠지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1악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극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2악장 Andantino in modo di canzona. 지침 그리고 도피 — 오보에 선율로 시작하는 2악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합니다. 오보에가 비애감 가득한 선율을 노래하다가 현악기들이 화답합니다. 듣는 이를 단박에 매혹시킬 만큼 아름다운 악장이지요. 차이콥스키는 이 2악장을 “비애의 다른 면을 표현”하며 “과거에 대한 향수가 있지만 삶을 새롭게 시작할 의지가 없음”이라고 묘사하였습니다.
제3악장 Scherzo-Pizzicato o stinato. 현의 피치카토가 조용히 곡의 시작을 연주합니다. 오보에가 A음을 길게 연주하면서 춤곡풍의 경쾌한 선율이 목관으로 연주됩니다. 현, 목관, 관악기의 세 개의 악기 그룹이 각각 한 부분씩을 담당하였으며, 팀파니를 제외하고 타악기는 편성되지 않았습니다. 각 부분 간의 개연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차이콥스키는 3악장을 “변덕스러운 아라베스크(arabesque)”로 구성하였으며 “이상하고, 제멋대로며, 조리가 없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제4악장 Allegro con fuoco. 슬픔과 희망 —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3개의 주제가 순차적으로 나옵니다. 서정적이나 강렬한 제1 주제, 소박한 러시아 민요 〈들에 선 자작나무〉를 사용한 제2 주제, 활발한 제3 주제 등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는 3개의 주제가 교대로 나옵니다. 피날레 중반에 1악장의 서주 주제가 다시 나오면서 운명 주제를 상기시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를 “확고한 운명이 다시 나타나 그 존재를 상기시킬 때, 다른 이들의 즐거운 광경에 매혹되거나 스스로를 망각하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말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곧 “당신을 비난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슬프다고 말할 수 없다. 간단하지만 강한 기쁨이 있다.”라고 언급하는데, 이는 운명 주제 이후 3개의 주제가 다시 나오며 곡을 끝맺는 부분을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Mikhail Pletnev(cond)
Verbier Festival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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