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17) :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서건석
- 2025.05.1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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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317)
♬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든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아주 낯익은 시이지요. 먼저 나지막한 소리로 한번 읊조려 보시지요. 다음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발견한 멋진 내용의 글입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얼굴도 언젠가는 늙습니다. 기다렸던 봄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봄은 가고 모란도 지고 맙니다. 모든 것은 유한하고 그래서 허망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이런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게 이 유명한 시죠. 내가 생각하고 기다리는 나만의 봄, 모란꽃으로 빗대어 상징적으로 말한 그런 특별한 봄, 그것 자체가 ‘뻗쳐오르던 내 보람’인 봄, 그런 봄이 나의 봄입니다. 그런 봄이 잠깐 내게 왔다가 가고 나머지 날들은 슬픔 속에서 보내지만 그 슬픔이 언젠가는 ‘찬란한 슬픔’으로 완성될 것임을 믿으며 기다렸던 것이지요. ‘찬란한 슬픔’이란 말은 모순되는 말입니다. 슬픔이 어떻게 찬란할 수 있습니까요? 그러나 이런 시적 역설 속에 역설의 진리가 들어 있지요. 보통 사람에게는 봄의 찬란함만이 보일지 모르나, 화자는 봄의 아름다움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 표현한 것이지요. 사실 화자는 모란을 잃은 서러움의 시간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한 해는 ‘모란이 피어 있는 날’과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는 날’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모란이 피어 있는 날을 제외한 그의 나날은 ‘하냥 섭섭해 우는’ 서러움의 연속입니다. 바로 그렇게 때문에 모란이 피는 찬란한 시간이 오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모란이 핀 봄날은 그래서 찬란한 슬픔이 되는 시간일 겁니다.』 (펌)
◑ 김영랑 시인의 모란 사랑은 유별났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모란이 가장 많은 곳이 전남 강진이라 하지요. 그 강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모란에 대한 그의 유별난 사랑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시인은 대부분의 삶을 고향에서 보냈다고 하지요. 그는 집 주위에 수백 그루의 모란을 심어 즐겨 감상했다니 모란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이 詩는 시인의 대표작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 애송하는 좋은 詩이기도 합니다. 시인은 모란이 피는 오월이 가장 행복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리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려 천지에 모란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말면 그뿐, 한 해가 다 가고 만다고 노래했으니 얼마나 지극한 모란 사랑인가요. 모란이 보이지 않는 우울한 시간에는 다시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는 희망으로 살았을 겁니다. 찬란한 슬픔의 봄은 역설적인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모란이 봄에 피고 지니 필 때는 찬란히 빛나는 행복한 봄이었을 것이고 질 때는 감당키 어려운 슬픔의 봄이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봄은 찬란히 빛나기도 하지만 슬픔도 동반되는 아주 아이러니한 봄이 아니었을까요. 그러기에 모란을 좋아하고 모란이 피는 봄을 좋아하고 모란이 지면 혼자 열병을 앓듯이 슬퍼하고 다시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기를 반복하면서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네 삶도 그러하지 아니한가요. 기쁨과 슬픔이 계속 교차해 오가며 우리를 희로애락 애오욕의 소용돌이 속에 밀어 넣지 않았던가요. 김영랑 시인이 모란에 빗대어 노래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요? 모란을 좋아했던 건 분명하지만 단순히 꽃에 대한 사랑만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모란은 그가 이루지 못한 꿈이었을까요 아니면 잃어버린 조국이었을까요. 그것이 무엇이든지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나의 상황에 맞게 대입해 보면서 즐기면 詩가 더 가까이로 다가올 것 같네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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