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 Violin Con. Op. 35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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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350)

 

350

 

Tchaikovsky / Violin Con. Op. 35

 


이 곡은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바이올린 협주곡으로는 최고의 걸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 화려함과 애절한 멜로디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한 작품인데, 이 작품 역시 그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마찬가지로 처음 작곡될 당시 많은 수난을 겪었던 작품입니다. 차이코프스키가 안토니나 밀르코바와의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심한 우울증 증세에 빠져서 이탈리아와 스위스 등에서 요양 생활을 하던 중에 작곡되었는데(1878, 38), 이 기간은 그가 교향곡 제4번과 에프게니 오네긴등을 작곡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무렵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코데크라는 친구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그의 도움으로 이 곡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초고가 완성된 후 차이콥스키는 당대 러시아 바이올린계의 거장이었던 레오폴드 아우어 교수에게 헌정할 목적으로 초연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아우어는 차이코프스키에게 기술적으로 도저히 연주가 불가능하다.”라고 하면서 초연을 거부했던 것입니다.

 

실망한 차이코프스키는 이 곡을 3년 동안이나 발표하지 않고 묻어두었는데, 라이프치히 음악학교의 교수로 있던 아돌프 브로즈키라는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이 곡에 깊은 관심을 두고 그 스스로 188112월에 빈 필(지휘/한스 리히터)의 연주회에서 초연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초연 당시의 평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지휘자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이 곡에 호의적이지 못했고 브로즈키의 완성되지 못한 기교는 청중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으며, 결정적으로 독설가였던 평론가 한슬리크는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혹평하였습니다.

 

우리는 천하고 품위 없는 얼굴만 봤고 거친 고함소리만 들었으며, 싸구려 보드카의 냄새만 맡았다. 프리트리히 피셔는 짜임새 없는 그림을 비평할 때 보고 있노라면 냄새가 나는 그림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차이콥스키의 이 곡은 음악 작품에도 들어서 냄새가 나는 작품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운 생각을 우리에게 처음으로 알려주었다.”

 

한슬리크의 혹평을 들은 차이코프스키는 실망을 금치 못했으나 이 곡의 가치를 굳게 믿고 있던 브로즈키는 유럽 각지에서 이 곡을 계속 연주하여 결국 청중들의 인기를 얻는 데 성공하였고, 나중에는 아우어 교수도 이 곡의 가치를 인정하여 스스로도 연주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두고 그의 제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곡은 많은 공로를 가진 브로즈키에게 헌정되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강렬한 러시아적인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1악장의 야성적인 주제나 2악장의 슬라브적 애수가 어린 선율, 3악장의 광포한 리듬과 열정적인 끝맺음 등은 러시아 이외의 유럽 작곡가들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민족색채가 넘치는 것들입니다. 또한 아우어 교수가 처음에 연주가 불가능할 것이라 예견했을 정도로 어려운 기교를 요구하는 난곡이기도 합니다. 이 협주곡에서 나오는 바이올린 독주의 눈부신 연주 기교는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또한 오케스트라는 러시아 민요를 가미한 지방색과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애수에 젖은 아름다운 선율이 독창적입니다.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바이올린 독주의 정열적인 연주가 무엇보다 참으로 멋진 협주곡입니다.

 

같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도 누가 작곡했느냐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다르지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밝고 화사한 천사의 노래와 같은 반면,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비극 배우의 처절한 독백처럼 비장합니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로 이처럼 마음껏 통곡하고 흐느끼는 음악이 또 있을까요. 처음에는 오케스트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듯 음악을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점점 소리가 부풀어 오르고 그 소리가 잦아들었을 때, 독주 바이올린이 느리고 낮은 소리로 들어옵니다. 독주 바이올린은 곧 제1 주제를 연주하는데, 서정적이면서도 처연한 느낌을 주는 비가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제2 주제 역시 또 다른 느낌의 비가입니다. 이어지는 2악장은 칸초네타, 즉 작은 노래입니다. 슬라브적 비애미를 가득 담은 바이올린 멜로디가 마치 눈물을 흘리는 듯합니다. 같은 멜로디를 두 번 반복하는데, 두 번째 반복에서는 바이올린이 더욱 노골적으로 흐느낍니다. 그렇게 흐느끼면서 2악장이 아련하게 끝나는 듯하다가 곧바로 3악장이 폭발하듯이 시작됩니다. 눈부시게 화려한 선율과 이와는 대조적인 서정적인 선율이 교대로 나옵니다. 그런 다음 피날레로 들어가는데, 이 악장의 피날레는 바이올린 협주곡의 피날레 중에서도 결말로 몰아가는 에너지가 가장 강렬한 대목으로 꼽힙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울림과 독주 바이올린의 현란함이 교차하면서 음악이 절정에 오른 후 화려하게 끝납니다.

 

1악장은 난해한 기교로 가득 찬 악장입니다. 두 개의 주제는 매혹적인 서정성을 풍기고 있기 때문에 솔로 바이올린의 노래하는 듯한 음색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서주에서 잠시 주제가 암시된 후 바로 바이올린에 의해 낭랑히 울려 퍼집니다. 전개부에서는 화려한 바이올린의 테크닉 향연이 펼쳐지며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야성적인 외침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카덴차가 끝나면 다시 처음의 주제가 반복되고 곡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끝나게 됩니다.

 

2악장은 흐느끼는 듯한 주제가 일품입니다. 애수 어린 멜로디가 곡 전체를 지배하며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데, 이는 매우 슬라브적인 정서가 풍부한 선율입니다. 독주 바이올린이 애수 어린 멜로디를 연주하고, 오케스트라가 나온 다음 또다시 반복하는 부분에서는 앞에서 나온 멜로디를 마치 흐느끼듯이 연주합니다. 이렇게 흐느끼는 듯한 바이올린 소리에 클라리넷과 플루트가 동조하면서 말할 수 없이 애잔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아름다운 슬픔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악장입니다. 이 감각적인 선율에 풍부한 감정을 실어 연주하는 것은 바이올리니스트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며, 그 달콤한 선율에서 무한한 세계를 발견하는 것은 그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입니다. 곡은 명확히 끝나는 부분이 없이 3악장으로 연결됩니다.

 

3악장은 러시아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활발한 악장입니다. 첫 주제는 민속 음악적인 요소에서 온 것으로 러시아의 민족 춤곡을 연상시킵니다. 두 번째 주제 역시 민속적인 색채가 짙고, 여기에 집시풍의 요소가 더해져 더욱 이국적인 느낌으로 채색됩니다. 중간에 잠시 우수 어린 선율이 고개를 내밀다 제시부의 첫 선율이 다시 나타나기를 되풀이하다 점점 열기를 고조시켜 나가면서 마지막에는 환희에 찬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총주로 끝맺습니다. 긴박감 넘치는 러시아 민속 춤곡에 집시풍의 요소가 더해져 이국적인 느낌을 주며 불꽃이 튀는 듯한 음악적인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악장입니다.





Joshua Bell(vn), Valery Gergiev(cond)

National Youth Orchestra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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