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16) : 아버지 아버지 / 김형수

아버지.jpg



나의 애독시(316)

 

 

아버지 아버지 / 김형수

 


머슴였던 울 아버지

바지게에 꼴짐 지고 두렁길을 건널 때

 

등에 와 얹히던 햇살은

얼마나 무거운 짐이었을까

 

둠벙 속에 살고 있는 색시 같은 달덩이는

얼마나 처량한 친구였을까

 

그마저 구름에 가렸던 밤엔

어떻게 지냈을까 머슴였던 울 아버지

 

 

 주인공 소년인 화자는 고생만 하시는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노래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 소리는 어떤 노래보다도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소의 먹이로 줄 풀을 베어서 한 짐 가득 지게에 지고 오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소년은 등에 와서 얹히던 햇살까지도 아버지가 진 지게짐의 무게를 더하지나 않을까 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그림처럼 선명하게 떠오르지요. 밤늦도록 일하시는 아버지 곁에 달빛이라도 비춰야 할 텐데, 그 달빛마저도 가려진 깜깜한 밤엔 어떻게 지냈을까 하고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큰 울림을 넘어 어떤 흐느낌 같은 것이 마음속으로 퍼지지 않는지요? 그런 느낌 없이 어떻게 이 시를 읽을 수 있겠는지요? 아버지를 주제로 한 시 한 수를 더 잃어보지요.

 

 

아버지가 보고 싶다 / 이상국

 

 

자다 깨면

어떤 날은 방구석에서

소 같은 어둠이 내려다보기도 하는데

 

나는 잠든 아이들 얼굴에 볼을 비벼보다가

공연히 슬퍼지기도 한다

그런 날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들에서 돌아오는 당신의

모자나 옷을 받아들면

거기서 나던 땀내음 같은 것

 

그게 아버지 생의 냄새였다면

지금 내게선 무슨 냄새가 나는지

 

나는 농토가 없다

고작 생각을 내다 팔거나

 

소작의 품을 팔고 돌아오는 저녁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나는 아버지의 농사를 생각한다

 

그는 곡식이든 짐승이든

늘 뭔가 심고 거두며 살았는데

 

나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아버지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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