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 Piano Con. No. 2 Op. 44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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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349)

 

349

 

Tchaikovsky / Piano Con. No. 2 Op. 44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이라고 하면 으레 제1(Op. 23)을 떠올리게 마련이지요. 반면에 이 인기곡의 그늘에 가려있는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차이콥스키는 모두 세 편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습니다. 우선 유명한 1보다 5년 늦게 내놓은 제2G장조(Op. 44)가 있고, 그가 죽던 해에 단악장으로 마무리한 제3E장조(Op. 75)도 있습니다. 여기에 두 악장으로 구성된 콘서트 환상곡(Op. 56)까지 더하면, 그가 남긴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 작품은 모두 네 편에 이르게 됩니다.

 

이 가운데 여기에 소개하는 제2번은 보다 적극적인 재조명이 요구되는 수작(秀作)입니다. 비록 무대에서 연주되는 빈도나 음반의 개수의 차이는 대단히 크지만, 이 불운의 협주곡은 제1번에 못지않게 풍부하고 다채로운 악상을 지니고 있으며, 1번 이상으로 피아니스트에게 화려한 연주 솜씨를 요구합니다. 특히 중간에 놓인 느린 악장은 서정미와 독창성에 있어서 제1번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G장조 협주곡은 차이코프스키의 생애에서 창작력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1877년에 차이코프스키는 안토니나 밀류코바와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파국으로 마무리했지요. 그 뼈아픈 체험은 그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한편으론 보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여건 속에서 작곡에 집중할 수 있는 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즉 폰 메크 부인의 후원에 힘입어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직을 사임하고, 서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보다 발전된 창작 방향을 모색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운명의 1877년 이후 한동안, 차이콥스키는 실로 눈부시고 풍성한 수확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교향곡 제4f단조,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이태리 기상곡, 현악 세레나데 등의 명작들을 줄줄이 쏟아냈고, 1880년에는 두 번째 피아노 협주곡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G장조 협주곡이 다른 명작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데에는 다소 장황한 구성에 더하여 어느 정도 불운도 작용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차이코프스키가 이 협주곡의 작곡에 착수한 것은 1879년 가을, 우크라이나의 카멘카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여행과 이태리 기상곡의 작곡 등으로 중단되기는 했지만, 틈틈이 작업을 진행해서 이듬해 봄에는 전곡을 일단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은 곧바로 빛을 볼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완성한 작품을 모스크바 음악원의 원장이자 저명한 피아니스트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에게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에 얽힌 악연에도 불구하고) 헌정하면서 초연을 부탁했지만, 당시 결핵을 앓고 있었던 루빈스타인은 신작의 연주를 준비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루빈스타인은 18813월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고, 차이코프스키는 그를 기리며 어느 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라는 부제가 붙은 피아노 트리오 a단조를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18825월에 가서야 세르게이 타네예프(차이콥스키의 제자)의 독주와 안톤 루빈스타인(니콜라이의 형)의 지휘로 초연될 수 있었습니다.

 

1882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초연은 적당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비평가들의 펜 끝은 매섭게 움직였는데, 비판의 요지는 앞의 두 악장이 다소 장황하다는 것, 2악장에서 바이올린 솔로와 첼로 솔로의 대화 부분이 지나치게 도드라진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그러한 비판을 의식한 차이코프스키는 1888년에 직접 지휘봉을 들어 이 협주곡을 연주했을 때 제1악장과 제2악장의 일부를 생략했습니다. 또 당대의 명피아니스트인 알렉산드르 질로티도 곡의 상당 부분을 변경하거나 생략한 채로 연주했습니다.

 

급기야 차이코프스키의 사후에 질로티의 주도로 작품의 개정판 악보가 출판되었을 때는 원작의 상당 부분이 변형된 상태였고, 특히 제2악장은 거의 절반 길이로 축약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지닌 독창성과 매력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훼손되었음을 의미했습니다. 불행히도 이 불완전한 개정판이 오랫동안 공식 판본으로 통용되었고, 1881년에 출판됐던 원전판이 다시금 빛을 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우리는 이 작품의 가치와 매력을 차분히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1악장: 알레그로 브릴란테 에 몰토 비바체

첫머리의 알레그로 브릴란테(빠르고 화려하게)’라는 지시어가 이 악장의 성향을 잘 말해줍니다. 특히 피아노 파트는 리스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대단히 화려하고 기교 과시적인 성향도 강한데, 아마도 이것은 피헌정자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연주력을 감안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다만 루빈스타인의 지적처럼, 그것이 삽입구처럼 취급된 부분이 너무 많아서 관현악과의 대비가 명료하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또 러시아풍의 주제는 너무 강렬해서 이 악장 특유의 산만함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악장에서는 서유럽의 음악어법을 수용하면서 독자적인 구성미를 모색하던 차이콥스키의 실험정신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로 발전부와 재현부 사이에 랩소디 풍으로 쓰인 카덴차가 무려 130여 마디에 걸쳐 나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2악장: 안단테 논 트로포

2악장에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의 독주가 어우러져 서정적이고 다채로운 느낌을 줍니다. 이 협주곡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정미 넘치는 느린 악장. 3부 형식으로 구성된 이 악장의 주부에서는 독특하게도 바이올린 및 첼로 솔로가 등장하여 피아노에 버금갈 정도로 활약합니다. 그런데 이 3중주에 비해 배경의 관현악은 상당히 소극적이기 때문에 트리오 소나타 형식을 취했던 바로크 협주곡의 중간 악장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습니다. 반면에 단조로 진행되는 중간부에서는 관현악도 적극성을 띠며 보다 격한 감정의 동요를 표현합니다. 3부는 주부의 변주로서 다채로운 변화를 수반하며, 마지막에는 피아노의 글리산도와 아르페지오가 이어지다가 조용히 마무리됩니다.

 

3악장: 알레그로 콘 푸오코

경쾌하고 활력 넘치는 춤곡풍의 론도 피날레로, 일견 차이코프스키와 친분이 깊었던 생상스의 협주곡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피아노가 다시금 눈부시게 활약하며, 관현악도 아기자기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가세하여 화려함을 더합니다.





Denis Matsuev(p), Valery Gergiev(cond)

Mariinsky Theatre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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