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15)

♬ 어머니 / 안상학

어머니, 당신께서 다시 나에게 오십니다.

어디서든 가슴을 열어 마른 목을 적셔 주고

어디서든 자궁을 열어 나를 쉬게 합니다.

내게는 아직도 서른다섯인 어머니

가물거리는 당신 얼굴 못 알아볼까 봐

마음으로 가슴으로 이렇게 내내 오십니다.

아픈 머리에 손을 얹어 주시고

힘들게 산 인생 등 두드려 주시며

그래도 꿈 버리지 않고 살았구나 쓰다듬어 주십니다.

어머니, 당신께서 다시 나에게 오십니다.

그 먼 곳, 그 나라에선 건강하시지요.

지금 내 곁에 와 있는 당신의 모습 보면 알아요.

친구처럼 동생처럼 연인처럼

나에게 생명과 사랑과 그리움을 가르치는

당신의 손길이 따뜻한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나도 친구처럼 누나처럼 연인처럼 더러 함께

술도 한 잔 하고요 응석도 부리고요

서른아홉 까실한 수염으로 젖무덤도 부비고 싶어요.

◑ 세상에서 ‘고향’이라는 단어와 ‘어머니’라는 단어, 이 두 개의 단어보다 더 가슴 찡하게 만드는 단어가 있을까요? 누구에게든 어머니와 고향이 있습니다. ‘어머니’라는 단어를 마음속으로 불러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고향’이라는 단어를 불러보아도 역시 가슴이 찡해지고 어느새 코허리가 시큰해집니다. 그렇지요, ‘어머니’라는 말에는 원초적 슬픔이 배어 있는지 모릅니다. 더욱이 망자(亡者)가 된 어머니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은 더욱 절실한 것이지요. 그러니 이 시에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슬픔이 배어 있어요. 서른다섯에 고인이 된 어머니보다 이제 나이가 더 들어 서른아홉이 된 시인이 까칠한 수염으로 어머니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은 이 애절한 마음을 어머니는 하늘나라에서 차마 알고나 계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