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14) : 오월 / 김영랑

오월을 맞으며.jpg



나의 애독시(314)

 

오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 이랑 만()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오월의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하면서, 오월에 볼 수 있는 자연물을 나열하고 있어요. 화자의 시선이 그 소재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데, ‘들길마을바람햇빛보리꾀꼬리산봉우리의 순서입니다. 푸른 들은 꽃이 붉게 피어 있는 들길과 대조를 이루며, 들판의 보리밭 이랑마다 봄의 햇빛이 눈부십니다. 보리가 자라서 이삭이 패는데 그 모습이 시골 처녀의 허리로 의인화되어 관능미를 느끼게 합니다. 흔히들 봄을 여성의 계절이라 하고, 희망과 사랑이 싹트는 계절이라고 하죠. 노란 꾀꼬리는 암수가 늘 짝을 이루고 다니기에 다정한 연인에 비유됩니다. 산봉우리의 모습은 곱게 단장하고 아양 떠는 새색시의 모습으로 의인화되어 참 아름다운 모습이네요. 발랄한 생명이 약동하는 오월의 아름답고 싱그러운 자연이 섬세한 시어와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그려지고 있네요. 화자와 자연 사이에 이루어지는 은밀하고 황홀한 교감을 표현한 시어가 정말로 흥겹지요? ()

 

이 시는 봄날 한국 농촌의 풍경을 그림 그리듯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들은 풀과 곡식 등 온통 초록으로 넘치고, 마을은 살구꽃, 복숭아꽃과 같은 붉은 꽃들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러니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집니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대조를 이루면서도 조화를 이루면서 생명감이 넘치는 모습입니다. 들판의 보리는 봄바람을 맞아서 일렁거리고 그때마다 드러나는 흰색의 줄기들이 젊은 처녀의 허리통의 속살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노란색의 꾀꼬리들도 짝을 짓느라고 어울려 날고 있습니다. 산들은 마치 얇은 화장을 한 것처럼 밑부분부터 연록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광경은 순간적입니다. 잎들이 완전히 나면 산은 짙은 초록으로 덮이고 맙니다. 시적 화자는 마지막 행에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시적 화자는 청신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한순간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무한한 애정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

 

혹시 시가 전하려는 의미가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하며 현대어로 한번 바꾸어 보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들판의 길이 마을로 들어서면 붉게 물들고

마을 골목이 들판으로 나가면 푸르게 변한다

바람은 수천 수만의 물결처럼 넘실거리고

햇빛은 이랑과 이랑 사이로 쏟아진다

보리는 허리를 부끄러워하듯 드러냈다

 

꾀꼬리도 짝짓기의 춤을 혼자 출 줄 모르니

암컷은 쫓기기만 하고

수컷은 쫓아가기만 한다

황금빛 길이 어지럽게 펼쳐질 뿐

 

화장을 가볍게 하고 애교로 가득 찬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는 어디로 사라질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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