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11)

♬ 부처님 오시는 날 / 정대구

새들도 모여들어

햇빛 부신 부처님 오신 날을

즐겁게 노래하고

선남선녀들 새 옷 차려 입고

가슴에 아기석가모니 꽃 달고

선한 눈웃음 주고받으며

끝없이 오르내리시는 정토 백련사

진솔 치마 저고리

일 년에 한 번씩 몸단장하시고

한 손에 지팡이

또 한 손에 양초 사 드시고

푸르고 푸른 봉우리

청정한 하늘 이고 눈부신 아침 일찍

어머니가 오르시는 정토 백련사

넓은 마당 한가운데

삼존불상 탱화가 높다랗게 걸려 있고

오색 연등 물결 출렁이며

낭랑하고 청아한

스님의 독경소리

절 안을 가득 메운 향내음 따라

아련히 하늘에 닿아 있는데,

어머니를 부축해서 옆에 모시고

다만 서러운 것은

지난해 초파일 한 번만 쉬시고

오르신 이 길을

오늘은 걸음걸음 숨이 차서

열두 번도 더 쉬고 쉬신 우리 어머니

부처님이시여, 내년에야 우리 어머니 겨우

아흔넷

백팔 염주 목에 건 우리 어머니

백팔 세까지 사실 수는 없는지

단 한 번에 백련사에 오르실 수는 없는지

◑ 해마다 지상의 모든 생명들이 살아 있음의 기쁨을 마음껏 즐겨 누리는 5월에 ‘부처님 오신 날’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자 은총이지요. 이 어둠과 추위로 가득 찬 사바세계에 연꽃 등불을 켜 들고 가신 석가모니, 그분은 위로는 인류사상 큰 깨우침을 얻은 분이시고 아래로는 세상 모든 중생에게 자비를 가르치고 실천하신 분이 아닙니까. 그분은 생명의 향기 넘치는 들꽃과 아기의 모습으로 오시기도 하고 자비스런 어머니의 미소로 가슴속에 환하게 살아나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쓸쓸하고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貧者一燈(빈자일등)을 밝혀 어루만져 주시며 이 땅 위에 부처님의 나라를 세우려 하는 것이지요. 시인의 어머니가 건강해지셔서 부디 백팔 세까지 사실 수 있도록 두 손 합장하여 빌겠습니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