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 Symphonic Fantasia ‘The Tempest’ Op. 18 (345)
- 서건석
- 2025.05.04 05:44
-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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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345)
345
♣ Tchaikovsky / Symphonic Fantasia ‘The Tempest’ Op. 18
♬ 슈베르트나 슈만, 말러의 가곡들이 그렇지만 순수한 관현악곡 중에도 문학 작품에서 소재를 얻은 작품들이 꽤 많지요. 차이코프스키의 관현악 작품들도 대표적인데, 특히 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워낙 좋아해 이를 바탕으로 ‘환상 서곡 3부작’이라고 일컫는 관현악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1869), <템페스트>(1873), <햄릿>(1888)을 작곡했습니다.
표제 음악은 낭만주의 음악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리스트는 걸작 <파우스트 교향곡>과 <단테 교향곡>, <순례의 해>로 이 분야에서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베토벤의 소나타에도 ‘템페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작품이 있는데, 피아노 소나타 17번입니다. 그러나 이 별칭은 작곡자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의 동명 작품을 직접 소재로 삼은 작품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환상 서곡은 “템페스트”를 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으로 갈수록 표제적인 성격을 지나서 형이상학적인 표정을 띠게 됩니다. 즉 구체적인 정경이나 상황을 묘사하던 과정을 지나쳐서 심리적인 표현에 치우치게 됩니다. 간략히 본다면 이 곡의 구조는 조용한 바다와 폭풍이 몰아치는 광경을 묘사하는 부분, 사랑을 묘사하는 부분, 다시 조용하면서도 드넓은 바다를 묘사하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구도를 본다면 앞뒤로 바다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투티를 지나게 되고 중간에 부드러운 선율이 삽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다소 평범한 듯 보이나 금관의 사용이나 현의 진행은 차이코프스키만의 독특한 체취를 충분히 느끼게 합니다.
교향적 환상곡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와의 관련 말고도 작곡자에게 매우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폰 메크 부인과의 기묘한 관계가 시작되는 계기가 바로 <템페스트>이기 때문입니다. 폰 메크 부인은 1875년에 초연된 이 작품을 듣고 크게 감명을 받아 “잠시 동안 나를 잊어버렸다.”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 후 폰 메크 부인은 작곡자의 음악 동지인 니콜라이 루빈시테인의 제자를 통해서 차이코프스키에게 작품을 의뢰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의뢰는 기존의 작품을 편곡하는 단순한 작업이었는데도 부인의 사례금은 상식을 벗어나는 거액이었다고 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형편이 어렵다는 걸 전해 듣고 도움을 주려고 했던 의도가 분명 있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로써 경제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작곡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곡 원래의 제목 “The Tempest, Symphonic Fantasia after Shakespeare Op. 18”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차이콥스키는 이 곡을 Shakespeare의 희곡 <템페스트>를 주제로 하여 1873년에 작곡하였습니다. 또 하나의 잘 알려진 그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전주곡>과 비슷한 구조인 이 곡의 주제에는 희곡 속에 나오는 바닷가에 난파된 조용한 배, 괴기하게 생긴 칼리반과 그리고 페르니난드와 미란다의 사랑을 묘사한다고 합니다. 특히 사랑을 묘사한 부분이 매우 강렬하여 <로미오와 줄리엣 전주곡>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그럼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걸작 <템페스트>는 어떤 내용일까요. 동생에게 권력을 빼앗긴 프로스페로 공작은 딸 미란다와 함께 외딴섬으로 피신하지요. 거기서 마법을 배운 공작은 요정 에어리얼에게 명하여 폭풍(템페스트)을 일으키게 합니다. 폭풍으로 프로스페로의 적수 페르디난도의 배가 난파당해 두 사람이 사는 외딴섬에 표착합니다. 미란다는 페르디난도와 사랑에 빠지고, 이를 제지하던 프로스페로는 마침내 그들의 진실한 사랑을 알고 섬을 떠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줄거리를 기초로 하여 ‘바다의 묘사’라고 하는 3부 구성의 교향적 환상곡을 만들었고 ‘템페스트’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포용하는 바다와 노도처럼 휘몰아치는 폭풍, 미란다와 페르디난도의 격정적인 사랑, 프로스페로의 분노와 평정, 이러한 원작의 극적 장면들을 차이코프스키는 서정적인 선율이 풍부하게 울리는 소리의 향연 속에 재현해 낸 것입니다.
어쩌면 이 작품은 작곡자 자신의 실패한 사랑에 대한 역설적인 투영일지도 모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루지 못했던 자신의 사랑을, 작품 속 남녀가 온갖 장애를 이겨내고 쟁취하는 모습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차이코프스키는 한 여성에게는 실연을 당했고, 한 여성에게는 환멸을 겪었습니다. 러시아 공연차 들른 이탈리아 오페라단의 프리마 돈나 데지레 아르토에게 구애했으나 이루지 못한 아픈 사랑으로 끝났고, 음악원 제자로 자살 소동을 벌이는 바람에 내키지 않는 결혼을 해야 했던 안토니나 밀류코바와는 한 달도 못 되어 그녀로부터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2번(1872)의 성공으로 발라키레프 그룹(러시아 5인조)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 그룹의 이론적 지도자였던 음악평론가 스타소프는 그에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여럿 소개하면서 이에 기초한 새로운 곡을 써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전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빠져있었던 차이콥스키는 그중에서도 온갖 장애를 극복하는 미란다의 사랑에 마음이 끌려 <템페스트>를 택했습니다. 1873년 8월에 작곡에 착수하여 두 달 만에 끝냈습니다. 이미 원작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기에 완성이 빨랐습니다. 그해 12월 19일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지휘로 초연이 이루어졌으며 호평 속에 마쳤습니다. 작품은 스타소프에게 헌정되었습니다.
호른의 주선율이 조용하고 차분한 바다를 묘사하기 시작합니다. 현은 찰랑거리는 바다를 나타내듯 흔들리고 있습니다. 베를린 필의 미묘한 현의 끝을 포착하면서 연주는 진행됩니다. 호른이 그렇게 전면적으로 돌출되지는 않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울립니다. 대신 목관이 전체적으로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이후 목관의 역할은 금관 못지않은 중요한 표현 수단입니다. 조용한 수면 위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묘사하기 때문입니다. 이후 폭풍을 암시하듯 분주히 현과 트럼펫과 팀파니 등이 등장하여 투티로 향해나갑니다. 폭풍처럼 격렬하게 몰아쳐 갑니다. 바람은 점차 조용해지고 첼로가 사랑의 선율을 들려줍니다. 정감 넘치는 풍요로운 선율이 계속된 후 바다의 광활함과 적막함이 그려지면서 막을 내립니다.
Claudio Abbado(cond)
Berliner Philharmoni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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