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 Overture 1812 Op. 49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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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343)

 

343

 

Tchaikovsky / Overture 1812 Op. 49

 

 

프랑스 혁명이라는 시운(時運)을 타고 프랑스 민중의 영웅으로 떠오른 나폴레옹이 프랑스 군대를 진두지휘하여 러시아 침공에 나선 1812년은 유럽 전역의 판도를 뒤바꾼 역사적인 해로 기록됩니다. 기세 좋게 모스크바를 점령한 나폴레옹은 그러나 러시아군의 초토화 작전에 말려 대패를 맛봐야 했고, 추위까지 겹쳐 60만 대군 중 겨우 3만여 명만이 살아남아 프랑스로 퇴각해야만 했습니다. 1812년을 러시아에서는 대대적으로 기념하여 위대한 민족 승리의 해로 삼고 있습니다.

 

사실 차이코프스키는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완공 기념식을 위해 이 곡을 작곡했습니다.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은 알렉산드르 1세가 1812년 모스크바에서 나폴레옹을 물리친 것을 기념해 만들기 시작한 성당으로 1881년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차르였던 알렉산드르 2세는 1881년으로 예정된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의 완공식에서 1812년 승전을 기념하는 장대한 행사를 열 예정이었고, 이 완공식을 기념할 음악을 차이코프스키에게 부탁한 것이지요. 차이콥스키는 꽤 빠듯한 일정의 부탁이었지만 의뢰를 받아들여 188010월 중순~11월 초순에 걸쳐 약 6주 만에 곡을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은 예상과 달리 1881년에도 완성되지 못했고 알렉산드르 2세가 암살당하는 바람에 모든 일정은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1812년 서곡>은 가까스로 러시아 원정 승리 70주년이 되던 1882년에 초연 기회를 잡게 되었는데 연도상으로는 작품의 창작 의도에 가장 걸맞은 해였지만 예산 문제와 혼란한 사회상 등의 이유로 모스크바 산업예술 박람회의 특별 공연에서 비교적 평범하게 초연되었습니다. 청중들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한 수준이었고 차이코프스키 자신도 이 곡을 '소음만 가득한 졸작'이라고 한없이 깎아내렸던 곡입니다.

 

차이콥스키가 장엄서곡이라는 표제를 달고 1812년을 음악화한 것 역시 러시아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서곡은 현악기 연주로 라르고의 성가곡 신이 너의 백성을 보호하신다'로 시작하면서 대포 소리와 프랑스 및 러시아 국가(國歌)를 삽입하여 전투를 벌이는 두 나라 병사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러시아인의 애국심을 고취시킨 차이코프스키의 이 곡은 웅장하고 위엄 있는 분위기로 시작됩니다. 러시아 정교회의 합창 분위기죠. 하늘의 보호로 러시아를 지킬 수 있었다는 의미를 담아 오케스트라의 저음으로 시작되는 이 부분에 때로 합창이 가세하기도 하는데요, 잠시 후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드디어 전투가 펼쳐집니다.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가 울려 퍼지면서 프랑스 군대가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거죠. 병정놀이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프랑스 군대와 러시아 군대는 뒤엉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대 격돌을 펼칩니다. 그리고 오랜 혼란 끝에 결국 러시아 국가가 울려 퍼지며 러시아 군대의 승리를 알립니다. 프랑스 군대는 혼비백산(魂飛魄散) 도망치고, 러시아 군대는 당당히 승리의 찬가를 부르죠. 모스크바 크레믈린의 모든 종이 울리고 축포가 발사되며 곡이 끝나게 됩니다.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현악이 러시아 정교의 성가 신이여 당신의 백성을 구하소서 O Lord, Save Thy People’를 제시한 후 발전시켜 나갑니다. 2부는 러시아군을 묘사한 군악대 풍의 제2 주제가 흐른 뒤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 La Marseillaise’의 선율이 프랑스 군의 주제로 등장해 긴장을 고조시킵니다. 그러다 러시아 노브고로드(Novgoroad) 민요를 차용한 부드러운 선율과 밝은 민요풍의 선율이 나타나 안정시켜 줍니다. 3부에서는 격렬한 전투 후 대포 소리와 함께 러시아 군의 개선 행진이 펼쳐집니다. 제정 러시아 국가인 신이시여 차르를 보호하소서 God Save the Tsar’의 선율에 대포의 연발과 함께 교회 종소리가 여러 차례 울려 퍼지면서 승리의 벅찬 환희 속에 끝을 맺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패주하는 적의 귓가에 대포 소리와 러시아국가가 강력한 포르테로 힘차게 울려 퍼지고 이어서 모든 사원들의 종소리가 일제히 울리는 가운데 축포가 터지고 환희의 클라이맥스가 전관현악으로 연주되면서 곡을 마칩니다. 이와 같이 전쟁의 시말(始末)을 치밀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함은 물론, 곡이 진행됨에 따라 러시아라는 나라의 실체가 명확하고도 압도적으로 분위기를 장악하여 애국심을 고취시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광산 감독관인 아버지와 음악을 사랑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1840년 보트킨스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7살 때부터 피아노 교습을 받기 시작한 후 다음 해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 정규 피아노 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음악교육을 중단하고 법률학교에 입학하게 되지요. 그 후 독일인 킨딩거에게 피아노 이론을 배우면서 독일 음악에 영향을 받게 되었고 20세 때 안톤 루빈스타인이 주재하는 음악 교실에 입학하게 된다(이 음악 교실이 훗날 러시아 최초의 모스크바 음악원으로 개편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그는 독일 고전파와 낭만파의 형식을 계승하면서 러시아의 향토색 짙은 가락과 민요를 바탕으로 러시아적인 애수와 격정을 곡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아 표제 음악 색채가 짙고 대부분 표제적인 의도를 포함하고 있어 그의 교향곡 작품들은 사상성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당시 러시아 5인조 그룹에 참가하지 않았으면서도 그는 가장 러시아적인 민족음악의 향연을 펼쳤으며 53년이란 짧은 생애를 살면서도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의 작품에는 러시아라는 나라의 향토와 민중을 그대로 표출시킨 곡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곡은 1880년 전쟁 당시 불에 탄 모스크바 중앙 대사원에 헌납하기 위해 작곡되어 2년 뒤 모스크바 산업예술박람회 개막 축하연에서 초연되었습니다. 규모가 큰 표제 음악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모스크바의 러시아 음악협회 설립자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권유로 작곡되었습니다.

 

작곡을 시작할 무렵 차이코프스키는 폰 메크 부인에게 다음과 같이 당시 기분을 편지에 쓰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축제를 위해서 작곡한다는 것처럼 불쾌한 것이 없습니다. 박람회 개장 때 연주된다면 당연히 극히 평범하거나 아니면 아주 요란하고 시끄러운 것이어야 일반인들의 주의를 끌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내키지 않지만 작곡은 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그는 이 곡의 음악적 가치를 낮게 평가하였습니다. 부분적으로 시끄럽고 산만하여 곡 구성면에서 음악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볼 때 차이코프스키 자신의 평가보다는 뛰어난 걸작임은 확실합니다.





Damon Cupton(cond)

Cincinnati Pops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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