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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340)

340

♣  Pyotri Il’yich Tchaikosvky(1840-1893)

♬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를 가리켜 누구보다 러시아의 침울한 서정을 잘 묘사하고 있는 작곡가라고 말합니다. 그의 대표작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이름도 <비창>이고, 차이코프스키 애호가들이 가장 즐겨 듣는 실내악곡인 <피아노 3중주 A단조>는 슬프다 못해 비통한 심정으로 온통 젖어있는 음악입니다. 젊었을 때 이 3중주곡에 자기 비탄의 감정을 보태어 도취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고, 저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는 피할 길 없는 ‘운명적인 슬픔’이 있습니다. 숙명으로 그는 비애를 벗 삼을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슬픈 음악이 한층 가슴에 빨리 와닿는다는 사람들이 이 비애의 작곡가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차이코프스키가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을 때, 러시아 음악계는 국민 음악파와 서구파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중 서구파에 속했습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고전주의 음악에 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음악의 기초를 다진 그는 서구풍의 풍부한 화성과 구성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적 우울, 비장(悲壯)과 애수로 요약되는 자신만의 개성을 펼쳤습니다. 그의 음악 언어는 세계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이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그는 러시아 음악의 세계화에 공헌한 작곡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자기 표현적이고 매혹적이며 화려합니다. 그의 러시아적 우울은 후기에 갈수록 점점 더 뚜렷하게 나타나 가장 위대한 교향곡 가운데 하나인 ‘6번 교향곡’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전 작품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음악은 풍부한 선율적 영감, 상상력, 관현악법에 대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 바탕에 있는 정서와 특징은 러시아 국민악파 작곡가들만큼이나 러시아적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모두 6개의 교향곡을 작곡했지요. 이 중 제4번, 제5번, 제6번이 자주 연주됩니다. 각각 고유한 특성과 감정적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교향곡은 강력한 멜로디, 풍부한 하모니, 극적인 대조로 특징지어집니다. <5번 교향곡>은 그의 특유의 개성과 음악성이 잘 드러난 걸작이며 가장 변화가 많고 가장 열정적인 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독특한 특성인 선율의 어두운 아름다움과 구성의 교묘함, 그리고 관현악의 표현 등이 이 곡의 가치를 두드러지게 만듭니다. ‘운명’를 주제로 한 순환 형식의 작품이며, 이례적으로 3악장에 왈츠를 사용했습니다. 이 교향곡은 내적으로 침잠하는 철학적인 깊이가 느껴지고, 이 곡이 주는 아름다움은 참으로 대단하며 어두운 색채가 주는 질감은 부드럽고 탄탄합니다. 슬프면서도 달콤한 선율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은 매우 세련됩니다. 인간의 슬픔을 이토록 처절하게 그린 작곡가는 없을 겁니다. 〈교향곡 제6번 '비창'〉은 1893년에 작곡한 마지막 교향곡입니다.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비장하고 처연한 아름다움이 유감없이 발휘된 걸작으로 특히 1악장의 주제 선율이 유명합니다. 제1 주제는 파곳에 의해 어둡게 제시되고, 유명한 제2 주제는 현악기들이 연주합니다. 2악장은 1악장과는 분위기가 다른 밝은 악장입니다. 러시아 민요에서 빌린 5박자의 멜로디가 유연하게 흘러갑니다. 3악장은 속도가 빠르면서도 어둡고 무거운 것이 특징입니다. 강렬한 악상의 행진곡 같은 느낌을 줍니다. 4악장은 우울하고 비통하게 흘러가다 지극히 처연하게 비극적인 대단원을 맞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일생 3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그중 1874년에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이 제일 많이 연주됩니다. 바이올린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기교적으로 너무 어려워 당대의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으로부터 연주 불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화음과 겹음, 옥타브의 연속 등 기교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장대한 악상이 이런 단점을 상쇄시키고도 남습니다. 특히 악상의 웅대함이나 색채의 화려함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악장 도입부가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화려하고 장대한 1악장에 비해 2악장은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피아노와 목관악기들이 노래하는 목가적인 악장입니다. 그러다가 3악장에 이르러 다시 정열적이고 야성적인 감정이 폭발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단 한 곡만 작곡했습니다. 1878년에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은 차이코프스키의 특기인 러시아적 우수와 비애를 담고 있습니다. 기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난곡으로 〈피아노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곡을 헌정 받은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바이올린 교수 아우어가 연주를 꺼렸을 정도입니다. 1악장은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와 오케스트라의 장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소나타 형식의 악장입니다. 화려한 바이올린 기교가 끝없이 펼쳐지다가 오케스트라가 폭발하듯 터져 나옵니다. 이어지는 2악장은 일종의 칸초네타(canzonetta, 작은 노래)입니다. 흐느끼듯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이 곡 전체를 지배합니다. 2악장은 중단 없이 곧바로 아주 강렬한 음향의 3악장으로 이어집니다. 눈부시게 화려한 선율과 이와는 대조적인 서정적인 선율이 서로 교대로 나오다가 마지막에 장쾌하고 화려하게 끝을 맺습니다.

오페라는 〈예프게니 오네긴(Eugene Onegin)〉, 〈스페이드의 여왕(Pique Dame)〉, 〈오를레앙의 처녀(The Maid of Orléans)〉, 〈마제파(Mazeppa)〉 등 여러 편을 작곡했습니다. 이 중 가장 널리 공연되는 것은 1878년에 완성한 〈예프게니 오네긴〉으로 푸시킨의 운문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리아 외에 파티 장면에서 연주되는 〈왈츠〉와 〈폴로네즈〉가 유명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발레 음악 분야에도 중요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가 작곡한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 〈백조의 호수(Swan Lake)〉, 〈잠자는 숲 속의 미녀(The Sleeping Beauty〉는 고전 발레의 3대 명작으로 꼽히지요.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 〈슬라브 행진곡〉, 〈이탈리아 카프리치오〉, 〈1812년 서곡〉,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햄릿〉, 〈현을 위한 세레나데〉,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코코 변주곡〉, 실내악 〈현악 4중주 제1번〉, 〈피아노 3중주 ‘위대한 예술가를 추모하며’〉 등이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작곡은 감정의 깊이, 풍성한 선율, 다채로운 오케스트레이션이 특징입니다. 그의 음악은 교향곡, 발레, 오페라, 실내악, 합창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종종 우울증과의 싸움과 성적 취향에 대한 내적 갈등을 포함하여 그의 개인적인 투쟁을 반영합니다. 그의 생애 동안 도전과 비판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널리 퍼진 인기를 얻었고 전 세계 관객들에게 계속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는 작곡에 감정적이고 극적인 요소를 자주 사용했으며 그의 음악은 깊은 표현력과 열정으로 여겨집니다. 그는 또한 포크 멜로디와 러시아 주제를 그의 작품에 통합하여 독특한 러시아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러시아 음악 전통에 대한 그의 공헌과 작곡에 대한 그의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그를 역사상 중요한 작곡가 중 한 명으로 만들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차이코프스키의 공헌은 음악계에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The Best of Tchaikov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