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07) : 겨우 핀 꽃 / 안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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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307)

 

겨우 핀 꽃 / 안준철

 

누가 나를 끌었을까

길 가다 말고 몸을 굽혀

한참을 바라보니

꽃의 형상이 보였다.

 

저 작은 것들은

어쩌자고 피었을까

꽃이 피었다기보다는

생명이 피었다고 해야 옳겠다.

 

해묵은 낙엽더미에서

겨우 핀 꽃들에게

차마 사진기를 들이대지 못하고

눈으로만 찍고 또 찍다가

 

넌 왜 피었니?

그쪽은 왜 피었는데요?

한 마디씩 주고받다 보니

기막힌 마음이 더 했다.

 

난 왜 피었을까?

묻고 또 묻다가

쪼그린 자세를 풀고 일어설 때는

묵은 피가 도는지 가슴께가 아팠다.

 

오랜만에

겨우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봄이구나! 하고 느껴지는 날이 있지요. 입춘과 춘분이 지나고도 한참을 더 봄 속에 겨울이 섞여 있다가 어느 날 활짝 펴진 날이 오기 마련입니다. 봄의 세례라고나 할까요. 그런 날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뻐근하여 아무런 욕망도 품지 않게 됩니다. 햇살 한 줌에 그만 넘 행복해지고 맙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에 이끌려 몸을 굽히거나 허리를 숙이면 눈에 띄는 것들이 있지요. 햇살의 부스러기를 먹고 사는 작은 생명들. , 저 작은 것들은 어쩌자고 피었을까요? 가까이 들여다보아야 꽃인지 분간할 수 있을 만큼 작고 소박한 꽃들을 보면 곱다거나 예쁘다는 생각에 앞서 오묘한 생명을 대하고 있는 듯한 숙연한 느낌마저 들지요. 그 작은 것들이 겨우내 얼어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한 사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넌 왜 피었니?’라는 존재의 의미를 물을 때 새로운 피가 도는 듯 가슴께가 뻐근해지며 사람이 된 기분이 드는 건 시인만의 느낌은 아닐 겁니다. 이럴 때 너도나도 들판으로 달려 나가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 봅시다. ()

 

이 시는 한참을 바라보던 길가의 작은 꽃들을 보고 느끼게 된 생각들을 적은 시입니다. 시작부터 시인은 꽃들을 보며 누가 이 꽃을 피우게 했을까 라는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생명이 피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꽃이 단순히 꽃이 아니라 삶의 형상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인은 사진기를 들이대지 못하고 눈으로만 찍고 또 찍다가, 꽃에게 묻는 질문이 시작됩니다. ‘넌 왜 피었니?’ ‘그쪽은 왜 피었는데요?’ 하나씩 꽃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마음이 기막히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시인은 자신에게도 이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왜 피었을까?’ 꽃들과 함께 생각하다가 마침내 일어설 때 묵은 피가 도는지 가슴께가 아파 왔습니다. 이 시는 작은 꽃이지만 삶의 형상으로 생각되는 꽃들을 보면서 우리 자신에게도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 됨으로써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시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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