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05) : 민들레꽃 / 조지훈

민들레5.jpg



나의 애독시(305)

 

 

 

민들레꽃 / 조지훈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많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그래서 만날 수 없는 임을 애틋하게 그리워할 때 조용히 나를 찾아와 위로해 주는 민들레꽃은 바로 님의 환영(幻影)이겠죠. 부를 수 없기에 찾아올 수도 없는 임과 나와의 거리(距離)이 아득한 거리인데,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 외로울 때에 내 앞에 놓인 민들레꽃이 내 마음을 위로해 줍니다. 임을 잊지 못하여 애태울 때에 나를 찾아온 민들레는 그 맑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봅니다. 얼마나한 위로입니까? 민들레꽃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임의 모습으로 여기고 애틋한 사랑의 심경을 독백적으로 노래한 시입니다만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를 살아있을 때는 할 수 없고 이 세상 떠난 뒤에야 그대에게 전달될 것이니 얼마나 아픈 사랑일까요. 다음의 시 민들레꽃은 덤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들레를 보면 먼저 바람이 생각납니다. 그것도 세차게 불어대는 된바람이 아니라 입김으로 훅 내뱉는 한숨 같은 잔바람 말입니다. 약한 바람에도 하늘로 두둥실 날아오르는 민들레의 하얀 비상은 어디로 날아가 사랑의 안착을 할까 하는 배회와 망설임의 순간을 떠올립니다. 봄바람 속에 수줍게 봄을 맞이하는 민들레꽃, 너의 노란 자태는 외롭게 떠도는 운명을 처음부터 가졌구나. ()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꽃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말에서는 꽃향기가 납니다. 그런 사랑의 사람이 부재하게 될 때, 외로움은 존재론적 고독이 됩니다. 천지가 공허한 심연이 됩니다. 그래서 시인 조지훈은 잃어버린 사랑을, 꽃과 같기만 했던 사랑의 실체를 민들레꽃으로 소환합니다. 현신(現身)해서야 겨우 풀리는 가슴의 멍울!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화자가 생전에 하지 못했던 말일 겁니다. 그 말은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미처 해주지 못했던 말일 거구요. 그런 점에서 민들레꽃은 때늦은 회한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랑한다, 사랑한다라는 말의 흔들림입니다. 서로 마음의 상처에 위로가 될 수 있게 맑은 눈을 들어 지켜보자라는 약속의 증표이구요. ‘아득한 거리를 넘어 찾아올 수 있는 사랑이야말로 이런 신비를 재현할 수 있을 겁니다. ()

 

 

민들레꽃 / 이풍호

 

강 건너 불어오는 봄바람 속에

살며시 피어나는 노오란 꽃이여

누구를 수줍게 맞이하려나

두 손 모으고 기다리는 마음속에

추운 겨울 보내고 밤비처럼

따뜻한 강물이 흘러가네.

 

꿈 같이 떠가는 흰 구름 아래

고이 서서 웃는 봄맞이 꽃이여

해가 져도 외로이 기다리려나

말 못하고 그리워하는 눈동자에

영롱한 달빛 어리어 사랑하는

고운 임 그 이름만 불러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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