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ler / Symphony No. 8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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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338)

 

338

 

Mahler / Symphony No. 8

 


초연 당시 1,000명이 넘는 연주자가 동원되어 ‘'천인 교향곡(Sinfonie der Tausend)’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천인 교향곡이라는 별명은 말하자면 초연 당시 공연 기획자 에밀 구트만의 광고 문구로, 말러는 그러한 별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곡의 작곡이 시작된 시점은 1906년인 듯합니다. 그해에도 말러는 여름휴가로 마이에르니히에 와서 창작의 고민을 하고 있던 와중에 송가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시여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말러는 9세기에 마인츠의 가톨릭 대주교였던 라바누스 마우루스(Rabanus Maurus)가 집필한 대림시기 송가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시여(Veni creator spiritus)’를 첫 악장에 놓고 스케르초-아다지오에 이어 마지막에 에로스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송가를 붙인 4악장의 교향곡을 구상했습니다.

 

말러는 에로스의 탄생에로스의 창조로 제목을 바꾸고 주제를 스케치했습니다. 그런데 이 스케치한 주제가 오히려 1부로 생각한 송가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에 더 걸맞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1부의 작곡 과정에 대한 알마의 회고와 말러의 언급이 서로 달라서 상당히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알마에 의하면, 말러는 반쯤은 잊어버리고 있던 이 강림절 송가를 가지고 1부의 합창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샘솟는 음악의 영감에 비해 가사가 충분하지 않아서 음악과 가사가 잘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말러는 빈에 전보를 쳐서 이 라틴어 가사의 완전판을 받아서 작곡한 음악과 맞춰보니 완벽하게 들어맞았다는 겁니다.

 

말러 본인의 언급은 이와는 좀 다릅니다. 말러는 슈페흐트와 나눈 대화에서 우연히 어디서 고서를 접하게 되어 그 고서를 펼쳤더니 1부의 가사가 나왔다는 겁니다.

 

에른스트 덱세이는 양자를 절충한 주장을 합니다. 말러는 어디선가 찾아온 찬송가의 가사를 바탕으로 작곡하고 있었는데, 작곡 과정에서 샘솟듯 흘러나온 음악이 그만 가사를 넘어가 버렸다는 겁니다. 말러는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절친한 문헌학자에게 구했는데 이 문헌학자 친구는 이 송가의 하나 반 정도의 연이 부족하다는 걸 알아 내서 말러에게 일러주었다고 합니다. 말러는 빈의 궁정 음악감독 루체에게 연락하여 전체 가사를 받아 냈고, 이 가사가 도착했을 때 음악과 부족함 없이 들어맞는 것을 발견하고 말러는 크게 놀랐다는 이야기입니다.

 

말러는 찬가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시여에로스의 탄생에 의한 가사의 결합을 포기하고 괴테의 파우스트의 종막 장면 심산유곡() 오페라를 연결시키기로 결정합니다. 말러가 언제 파우스트를 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30대 초, 중반에 읽었으리고 추정합니다. 파우스트를 읽은 말러는 그 철학적인 심오한 내용에 매료됐습니다. 또한 자신은 파우스트적 인간이었고 그렇게 인생을 산 인물이었습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해 방황했고, 모친에 대한 마음과 동생들의 죽음이 부인 알마를 사랑에서 갈망까지 갔습니다. 말러는 파우스트를 오페라로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바쁜 상황이라 일단 미루고, 나중에 전체 내용을 다루는 것에 무리가 있어 계획을 바꿔 환의와 구원의 내용이 있는 심산유곡(파우스트의 구원) 장면을 바탕으로 단막 오페라를 작곡하려 했습니다. 8번 교향곡을 구상하여 1부를 완성한 말러는 환희와 긍정의 내용을 다루는 데 있어서 2부로 에로스의 탄생보다 파우스트 종막 오페라가 옳다고 판단한 것으로 봅니다.

 

2부의 음악 작곡을 하면서 대본도 자기가 직접 작성할 정도로 작곡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해에 말러는 잘츠부르크 음악제에 초청되어 16일부터 사흘간 잘츠부르크에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적어도 815일 이전에 전곡의 스케치가 끝났을 것으로 보입니다. 잘츠부르크에서 돌아온 뒤에 말러는 8월 말까지 마무리 작업에 몰두했고 결국 여름휴가 내내 꼬박 소비해 이 방대한 스케일의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이 곡은 호불호가 갈리는 곡이기도 하지요. 여태껏 전 세계 음악계에서 매우 다양한 평가를 받아왔으며, 청중과 비평가 모두에게 복합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말러에 관심을 가진 분들조차도 이 8번 교향곡에 대해서는 넘기 어려운 벽이다”, “이해하기 힘들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러의 교향곡 8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장 특별한 교향곡으로 손꼽힙니다. 그 유례없는 대규모 편성뿐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인성(人聲)과 관현악이 함께하는 전례 없는 교향곡이기도 합니다. 또한 악장 구분 대신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하여, 라틴어로 된 중세의 성령 찬미가와 독일의 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 놀라운 서사를 보여 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결코 무리가 아닌 듯합니다. 이 작품은 최대 연주 인원만 해도 1,000명에 가까우며, ‘천인 교향곡(Symphony of a Thousand)’이라는 별칭 또한 그런 규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러한 명칭은 음악평론가 에밀 구트만(E. Gutmann)이 처음으로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1910년 뮌헨에서 있었던 초연 당시에는 합창과 솔리스트 포함 858, 관현악 171명 등 총 1,029명이 무대에 올랐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Universität Wien, 1969), 이는 단순한 수사적 과장이 아님을 기록으로써 남겨져 있습니다.

 

초연 때 신통한 반응을 얻지 못했던 이전과는 달리 8번 교향곡은 그야말로 초연에서 뜨거운 찬사를 받은 말러 생전의 유일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곡을 초연한 1910년은 말러가 태어난 지 5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19109, 예정대로 8번 교향곡의 초연이 뮌헨 국제 박람회장의 부속 시설이었던 신음악 축전홀(Neue Musik-Festhalle)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이 홀은 공연장이라기보다는 실내 체육관에 가까운 대형 시설이었고, 3,200명의 관객들을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 기획자 에밀 구트만의 적극적인 홍보로 뮌헨시 곳곳에는 연주회를 알리는 포스터와 사진이 붙어있었습니다. 또한 합창의 리허설이 진행중이던 빈과 라이프치히에서도 이 연주회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이 곡의 준비를 위해 여러 합창단과 독창진이 빈,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베를린에서부터 왔으며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모든 민족의 선물이란 말러의 말대로 초연 준비는 범세계적인 일이었습니다.

 

작품의 구성 역시 청중에게 낯설 수 있습니다. 교향곡 제8번은 제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으며, 1부는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 Veni, Creator Spiritus(“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 2부는 괴테의 파우스트2부 마지막 장면 Bergschluchten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부는 중세의 찬미가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를 가사로 하는 열정적인 간구의 합창으로서 일종의 칸타타처럼 구성되고, 2부는 파우스트의 영혼이 구원을 얻게 되는 파우스트의 마지막 장면을 하나의 음악극처럼 그리고 있다. 말러는 이 텍스트들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도에 따라 생략하거나 수정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가사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연주가 끝난 후 폭풍 같은 박수가 30분 넘게 이어졌으며 사람들은 모두 층계를 내려와 위대한 예술가에게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연주회가 완전히 끝난 후에도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말러를 기다리고 있어서 말러는 이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야만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뮌헨에서 개최된 초연은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말러는 8번을 초연한 것이 자신의 작품을 초연한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다음 해에 말러는 결국 세상을 떠납니다. 8번의 성공은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말러에 대한 신의 마지막 축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말러는 이듬해의 9번 교향곡 초연 요청은 거절했지만, ‘대지의 노래의 지휘는 수락했으나, 결국 이듬해에 말러의 사망으로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말러는 이 교향곡에서 유례가 없는 엄청난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사용했는데, 초연 당시에는 지휘자까지 총 1,030명을 동원하였고 이것이 이 곡의 별칭인 천인의 교향곡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 교향곡을 끝으로 더 이상 이렇게 큰 규모로 작곡되는 경우가 거의 드물며, 이 곡도 보통 400~500명 정도만 동원해 공연하는 경우가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인원도 모으기 쉽지는 않지만.

 

교향곡 8천인은 대규모 악기 편성과 합창단원으로 압도적인 음향과 서사를 보여 줍니다. 라틴어로 된 찬미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각각의 악장으로 하나의 곡으로 이루어낸 대작입니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기존 교향곡의 틀을 벗어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나 멘델스존의 교향곡 2번처럼, 관현악이 먼저 도입되고 이후에 합창이 등장하는 형식이 익숙할 것입니다. 심지어 말러 본인의 교향곡 2번이나 3번 역시 그러합니다. 그러나 제8번은 도입부터 오르간과 합창이 동시에 폭발적으로 등장합니다. 이는 말러가 성령의 강림을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의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러의 이전 교향곡인 5, 6, 7번이 기악으로만 작곡된 반면에, 이 교향곡은 성악과 합창을 동원하고 가사를 중심으로 작곡하면서 2, 3, 4번 시절의 칸타타 풍의 교향곡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을 천천히 뜯어보면 고전 4악장 형식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1부는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있고, 2부는 3부분으로 나누어져 각각 전주곡, 아다지오, 스케르초, 종곡으로 나누어지므로 4악장 형식으로 봐도 되는 겁니다. ‘천인 교향곡1부가 성령 찬미가를 가사로 하고 있는 일종의 종교 칸타타라면, 파우스트25막 마지막 부분의 줄거리를 따르고 있는 2부는 오페라와 같습니다. 2부에선 독창자들이 마치 오페라의 배역을 맡듯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말러 자신 역시 이 작품을 자신의 교향곡 중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자부했으며, 그만큼의 애정과 철학이 담긴 곡이기도 합니다





Simon Rattle(cond)

The National Youth Orchestra of Great Bri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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