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04) : 아름다운 오드리 햅번 / 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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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304)

 

 

아름다운 오드리 햅번 / 공광규

 

우리가 정말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을 만난 것은

<로마의 휴일>에서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였다고

문화일보 19961021일자 32면에

고객과 함께하는 세계로 미래로-삼성

전면 이미지 광고를 냈다

 

흰머리 쭈그렁탱이 할머니가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인간 막대기를 안고

세상을 슬프게 응시하고 있다

 

영풍문고판 48쪽에 실린

믿어지지 않을 만큼 탱탱한 몸매로 번 재산을

기아의 아가리에 털어 넣고서야 천사가 되다니

피부가 헌 가죽부대처럼 쭈글쭈글해져서야 아름다워지다니

 

평생을 거쳐 아무도 아무것도

제대로 사랑해보지 않은 나는

언제 나에게서 해탈하여

이 할머니처럼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아프리카에서 봉사 활동을 했던 탈렌트 김혜자 님의 에세이집에 오드리 헵번이 나옵니다. 알다시피 젊은 시절에 전 세계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한 스크린의 요정이었고, 지금도 많은 남성들이 마음속으로 흠모하는 대상으로 간직하고 있는데, 그녀가 60세 이후에 그야말로 쭈그렁 할머니의 모습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안고 나타났을 때, 세상은 그녀의 늙은 모습에 놀랐지만, 곧이어 베풂의 정신과 의연한 자세가 주는 고결한 품위에 압도되어 고개를 깊이 숙였지요. ‘평생을 거쳐 아무도 아무것도 / 제대로 사랑해보지 않은 나는 / 언제 나에게서 해탈하여 / 이 할머니처럼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하고 저도 제게 조용히 묻게 됩니다그려. 그녀가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 하죠. “만약 네가 도움을 주는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라는 유언을 말입니다.

 

오도리 헵번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탱탱한 몸매를 자랑했던 시절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헵번은 <로마의 휴일> 이후 줄곧 성공가도를 달리며 20세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뉴욕 5번가 티파니 보석상 쇼윈도 앞에서 커피를 들고 도넛을 먹는 까만 선글라스와 블랙드레스 차림의 그녀 모습은 끔찍하리만큼 아름다웠습니다. 1964<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정점을 찍은 헵번은 사상 최초로 출연료 100만 달러 배우가 됩니다. 당시 100만 달러는 엄청난 액수였습니다. 그런 헵번은 1967년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으나 나이 마흔이 되기 전 배우 활동을 접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가정생활은 순탄치 못했습니다. 두 번의 결혼 실패 후 쉰의 나이에 네덜란드 배우 로버트 월더를 만나 동거하면서 오로지 아이들을 위한 자선 활동에 매진합니다.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인권 운동과 해외 봉사 활동에 참가해 제3세계 오지를 찾아다니며 어린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헌신했습니다. 헵번은 젊고 아름다웠던 황금기에 쌓아 올린 부를 아프리카 난민 구제에 다 쏟았습니다. 특히 1992년 직장암 투병 중임에도 소말리아에 봉사 활동을 가서 눈이 퀭한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은 지금 다시 봐도 뭉클합니다. 사람들은 배우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숭고한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젊은 시절 지방시가 디자인한 옷 등 명품을 고집했던 것과는 달리 그녀의 평범한 티셔츠와 헐렁한 옷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의 관점에서는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닌데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사람들로 하여금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오래가지 못했고 소말리아 사진을 남긴 이듬해에 64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합니다.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아프리카 오지의 어린아이를 자신의 품에 꼭 안고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며 아이의 손을 잡아주던 모습은 이 세상 그 어느 여인보다 아름답고 거룩해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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