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녹화 비화 29: 산림녹화의 일등 공신: 아까시나무
- 이경준
- 2025.03.0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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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녹화 비화 29)
산림녹화의 일등 공신: 아까시나무
4월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어서 그윽한 향기를 가진 라일락, 일본목련, 아까시나무가 만발한다. 특히 ‘아까시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산림청 2000년 발행 도서명)이 있다. 양봉 농가 뿐만 아니라 산림직 공무원들이다. 봄철 자주 발생하는 산불로 2개월 이상 주말에도 산불 조심 캠페인에 동원되어 지쳐버린 공무원들이 5월 아까시나무 꽃이 필 즈음에는 풀이 자라서 산불이 잦아들기 때문이다.
아까시나무에 대한 일반 국민의 평가는 매우 다양하다. 1980년대 일간 신문에 잘 못 보도된 기사 내용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 일본사람들이 자국에는 심지 않고 의도적으로 우리나라에 심어 산을 망치게 했다거나, 독소를 뿜어 다른 나무(특히 소나무)를 죽인다거나, 혹은 전혀 쓸모없는 나무라는 잘못된 인식이 우리 국민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특히 조상 묘소에 무시무시한 가시를 가진 아까시나무가 쳐들어와서 골칫거리가 되기 때문에 더욱 감정이 나빠지기도 한다. 1998년 IMF 금융위기가 왔을 때 공공근로사업의 일환으로 숲가꾸기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아까시나무를 우선적으로 베어내서 양봉 농가들이 생계를 위협당하여 안타까워했다. 임업인들은 아까시나무가 우리 산림녹화에 공헌했다고 믿고 있어 일반 국민과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아까시나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아까시나무 속(屬)에는 세계적으로 20종이 있는데, 북미와 멕시코에 자생한다. 이 중에서 크게 교목으로 자라면서 목재 가치가 있는 것은 아까시나무(Robinia pseudoacacia) 뿐이며, 미국 동부지역에서 자생한다. 이 나무는 건조에 잘 견디기 때문에 지금 유럽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름 가뭄에 대비해서 가장 쓸모 있는 나무로 꼽히고 있다. 예를 들면 헝가리는 오래전부터 이 나무를 주요 조림수종으로 심고 있는데, 농민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심고자 해서 정부가 자격을 심사하여 우수농가를 선정한 후, 정부에서 70%, 그리고 유럽연합(EU)에서 30%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특히, 지중해 연안 국가 중에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터키 등이 아까시나무의 가치를 늦게 발견하고 이에 대한 연구와 조림을 서두르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극양수(그늘에서 살 수 없는 나무)로서 내한성이 커서 영하 30℃까지 견디며, 개척수종으로서 척박한 땅, 훼손된 토양, 광산 폐석지 등에 먼저 들어와서 번성한다. 콩과식물로서 질소 비료를 스스로 만들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성질도 있다. 이처럼 이 나무는 척박지와 황폐지를 복원하는 탁월한 능력과 공해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이 있다.
미국 원주민 인디언들은 아까시나무로 활을 만들어 썼다고 한다.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후 17세기 정착민들은 이 나무 목재를 울타리 기둥, 땅에 접촉하는 건축 재료, 돛대용, 선박의 못으로 활용했다. 특히 목재가 잘 부패하지 않아 선박의 못으로 아까시나무를 능가하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20세기에 미국에서는 사방용, 광산 훼손지 복구용, 폐농지에 목재생산용으로 심었다. 특히 1933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New Deal) 정책의 일환으로 테네시강 유역 황폐지 복구(TVA 사업)에 아까시나무를 활용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미국에는 천연적으로 목재 가치가 큰 수종들이 많기 때문에 이 나무를 목재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에 아까시나무가 처음 도입된 것은 1891년이다. 우선(郵船)회사 인천지점장 사까기 씨가 중국 상하이에서 묘목을 구입해 인천공원에 심었으며, 1907년 서울 백운동 사방(砂防)공사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연료용, 황폐지 사방용, 송충이 피해지 복구용으로 아까시나무를 심을 것을 권장했으며, 1925년부터 1940년까지 총 940만 본을 식재했다.
해방과 6.25 전쟁의 혼돈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산림은 극도로 황폐해졌다. 정부는 황폐한 산림을 복구하고 부족한 농촌 연료를 해결하기 위해 아까시나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961년 들어선 군사 정부는 산림녹화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농촌 연료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산림녹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마을별로 이미 결성되어 있던 산림계(山林契, 산림을 공동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합)를 독려하여 연료림을 조성하도록 했다. 정부는 아까시나무, 오리나무, 리기다소나무 묘목을 무상으로 보급하였으며, 산림계가 개인 소유의 산에 연료림을 조성할 수 있게 산주(山主)와 산림계 간에 수익을 나누는 분수(分收)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산림법을 제정했다.
이에 힘입어 정부는 1977년까지 64만 ha의 연료림을 조성하여 농촌 연료를 해결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아까시나무는 사방공사장에도 대량으로 심겨져 토사 유출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통계에 의하면 1960년부터 1992년까지 32만ha에 총 16억 본의 아까시나무를 심었는데, 이는 총 조림면적의 8%에 해당하며, 부수적으로 양봉산업이 발전하게 되었다.
아까시나무는 일반 국민의 나쁜 인식과는 달리 다음과 같은 장점으로 산림녹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임업인들은 평가하고 있다. 필자 또한 평생 나무를 전공한 학자로서 이에 동의하며, 감히 산림녹화의 1등 공신이 아까시나무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첫째, 아까시나무는 콩과식물로서 필요한 질소비료를 스스로 만들어 척박지 조림에 적격이다. 임업은 투자 후 자본 회수가 지연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비료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경제적 측면에서 이 나무를 심는다.
둘째, 알팔파나 자운영처럼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비료목’이라고도 부른다. 1ha 당 연간 70kg의 질소를 고정하여 토양을 개량하면 다른 나무들도 함께 잘 자라 산림녹화 기간이 단축된다.
셋째, 생장 속도가 빠른 만큼 뿌리를 대량으로 뻗어 비탈진 곳에서 토양을 안정시키고 토사 유출을 막아 사방공사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한국과 같이 여름철 폭우가 자주 내리는 곳에서 조기에 토사 유출을 방지하는 것은 황폐지 복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넷째, 농촌 연료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선 시대 말기에는 극심한 산림황폐로 연료 부족이 심각했는데,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 후반 새마을운동으로 농촌에 십구공탄이 보급될 때까지 주요 임산 연료는 아까시나무였다. 이 나무는 밑동을 자르면 맹아력이 강해 새순을 여러 개 만들어 다시 자란다. 그리고 속성수 중에서는 예외적으로 목재 비중이 높은 편(평균 0.69)이라서 단위 부피당 발열량이 높아 화력이 세다. 요즘 관심이 많은 바이오에너지(우드 펠랫)로서도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높아서 손색이 없다.
다섯째, 잎은 녹사료로 쓰인다. 잎에 약 20%(건중량 기준)의 조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토끼, 염소, 노루, 사슴, 양 같은 가축을 기를 수 있다. 반세기 전 농촌주민에게 단백질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 토끼와 염소를 이 나무의 잎으로 길렀다. 농촌 초등학생들의 오후 일과는 아까시나무 잎을 채취하여 토끼에게 먹이는 일이었다.
여섯째, 국내에서 최고급 꿀을 생산한다. 양봉 농가의 소득 중에서 벌꿀 소득이 60-70%를 차지하며, 이 중에서 ‘아카시아 꿀’이 70%에 달한다. 양봉산업의 규모를 연간 5,000억 원(양봉협회 2024년 추산)으로 간주할 경우 아카시아 꿀은 연간 최소 2,000억 원 규모가 된다. 이는 소나무림에서 생산하는 송이버섯의 연간 소득 500-80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그 밖에 꿀벌은 많은 작물의 화분을 매개하는데, 이 중에서 국내 22개 작물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화분 매개의 경제적 가치는 2014년 기준 연간 5조9천억 원에 해당하여 양봉 농가를 먹여 살리는 아까시나무가 간접적으로 큰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일곱째, 꽃향기의 주성분은 휘발성 정유에 속하는 linalool(33%)과 ocimene(27%)인데, 세계적 향료회사인 Bvlgari, Armani, Givenchy가 최고급 향료를 아까시나무 꽃에서 생산하고 있다.
여덟째, 목재는 수축이나 뒤틀림이 적고, 나뭇결이 곱고 대패질한 표면에 광택이 있으며, 무겁고 단단한 질감을 주며(목재 비중 0.69), 방부처리 없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우마차 상판, 울타리 기둥으로 사용했으며, 최근에는 숲가꾸기사업에서 나온 목재로 방부처리 없이 등산로변의 평상과 어린이놀이터 설치물을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고급가구를 아까시나무로 만든다.
위와 같이 많은 장점을 가지면서 쓸모가 많은 아까시나무가 국민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국내 아까시나무는 초기 식재 후 가꾸지 않고 방치하여 구불구불 자라서 목재 가치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헝가리는 직립성 품종(돛대용 Shipmast 품종)을 개발해 목재 가치를 최대화하고 있다. 특히 마룻바닥용, 건축 내장용, 고급가구용, 포도밭 지주로도 쓰이고 있다.
필자는 1997년 헝가리를 처음으로 방문하여 이까시나무의 진가를 발견했으며, 이후 국내에서 직립성 품종을 개발하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대신 밀원식물로서의 가치를 높이고자 했다. 최근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전국의 아까시나무가 단기간에 개화하여 이동 양봉 농가의 채밀 기간(종전에 한 달 정도)이 단축되어 소득이 크게 줄고 있다. 필자는 17년간의 선발 과정을 거쳐서 일반 아까시나무보다 2-3일 먼저 개화하는 조기개화품종(유니)과 4일 늦게 피는 만기개화품종(지니)을 개발하여 각각 2013년 산림청 신품종 제27호와 28호로 등록했다. 이 두 품종을 한 장소에 심으면 개화기간이 5일-7일 정도 연장되어 한 장소에서 많은 꿀을 딸 수 있다. 필자는 신품종 개발로 양봉 농가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아까시나무의 경제성은 매우 높다. 이 나무는 척박한 땅에도 적응하며, 특히 지구온난화시대에 가뭄에 견디는 수종이기도 하다. 참나무보다 3배 이상 속도로 자라는 속성수이면서 목재 가치는 참나무(목재 비중 0.71)에 버금간다. 또 최고급 꿀을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생산하여 적은 투자비용으로 매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수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살려 앞으로 아까시나무의 용도를 극대화하고, 특히 직립성 품종 개발에 젊은 과학자들이 매진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진 1. 농촌 연료 해결에서 아까시나무 연료림이 가장 큰 기여를 함.
사진 2. 사방조림 후 방치된 아까시나무 숲(서울 예술의 전당 뒷산)
사진 3. 헝가리 직립성 Shipmast 품종의 20년생 조림지.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 목재가치가 크다.
사진 4. 현신규 박사가 설립한 임목육종연구소에서 개발한 광엽아까시나무가 염소의 사료로 사용됨(중국 베이징 묘포장, 1998년)
사진 5. 아까시나무 목재를 이용한 고급 테이블 (산림과학원 1998년 제작)
사진 6. IMF 금융위기 때 숲가꾸기사업으로 벌채한 아까시나무 목재로 만든 벤취. 방부처리 없이 사용함.
사진 7. 아까시나무 목재는 방부처리 없이 아파트 단지 어린이 놀이터 공작물 제작에 사용함.
사진 8. 필자가 개발하여 산림청에 등록한 만기개화품종 지니아까시나무 품종 등록증(2013년)
사진 27-4. 한국의 임목육종연구소가 개발한 광엽아까시나무가 염소의 사료로 사용됨 (중국 베이징 묘포장, 1998년).tif
사진 27-4. 한국의 임목육종연구소가 개발한 광엽아까시나무가 염소의 사료로 사용됨 (중국 베이징 묘포장, 1998년).t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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