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46) : 길 위의 식사 /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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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246)

 

길 위의 식사 / 이재무

 


사발에 담긴 둥글고 따뜻한 밥 아니라

비닐 속에 든 각진 찬밥이다

둘러앉아 도란도란 함께 먹는 밥 아니라

가축이 사료를 삼키듯

선 채로 혼자서 허겁지겁 먹는 밥이다

고수레도 아닌데 길 위에 밥알 흘리기도 하며 먹는 밥이다

반찬 없이 국물 없이 목메게 먹는 밥이다

울컥, 몸 안쪽에서 비릿한 설움 치밀어 올라오는 밥이다

피가 도는 밥이 아니라 으스스, 몸에 한기가 드는 밥이다

 

 

를 읽으니, 새삼 라는 건 머리로 언어를 다듬는 인위적 작업이 아니라, 가슴의 언어를 받아적는 민첩한 활동이란 생각이 듭니다요. 아마도, 시인은 편의점이나 길가에서 비닐 속에 든 김밥이나 플라스틱 포장의 허술한 도시락 따위를 사 먹다가 문득 든 느낌을 로써 풀어놓은 거 같습니다. 생각하면, 이 삭막하고 촉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하루의 정해진 일과를 위해 돈으로 환가(換價)된 칼로리를 허겁지겁 입에 털어 넣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사회라는 비정한 기계의 한 조그만 부속품이 되어서 지정된 시간(끼니)마다 필요한 만큼의 윤활유를 치는 것처럼. 정말, 먹기 싫어도 사료를 먹을 수밖에 없는 가축의 식사와 뭐가 다를까요? 고향집 어머니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까진 아니더라도 돈 계산이 아닌, 사람의 정이 소북히 담긴 밥 한 그릇이 그리운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나 또한 오늘도 길 위의 각()진 식사를 거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가요? 몸에서 한기(寒氣)가 떠날 날이 없네요. ()

 

이 시를 보자 울컥 가슴이 멥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길 위에서 밥을 먹었던가요? 새벽 일찍 일터에 나가느라고 허둥지둥 가족들의 밥을 차려놓고, 정작 본인은 입에 대지도 못하고 들뛰었던 날들! 김밥도 없었던 시절엔 길거리에서 파는 부풀린 밀가루 빵조각을 사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시간들! 가슴 한켠이 아리게 젖어듭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가솔들을 책임져야만 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삶, 얼마나 많은 속울음 삼키며 길 위에서 막걸리 한 잔, 혹은 찬밥 한 덩이로 끼니를 때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겁니다. 자식은 자식들 대로 아침 식사를 거른 채 생활전선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을 등 뒤에서 바라보는 우리 어머니들은 또 얼마나 가슴 짠한 눈물을 삼겼던가요! 위 시의 작자도 아마 많은 날들을 길 위에서 끼니를 때웠나 봅니다. “그것도 비닐 속에 든 각진 찬밥이랍니다. 그의 어머니가 이 시를 보았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사발에 담긴어머니의 정성으로 차려주는 따뜻한 밥이 아니라” “가축이 사료를 삼키듯 / 선 채로 혼자서 허겁지겁 먹는 밥이랍니다. 먹으면서도 울컥, 몸 안쪽에서 비릿한 설움 치밀어 올라오는 밥이랍니다. 한국인의 정서를 이토록 찡한 비유로 공감대를 형상화시켜 낸 솜씨가 이 시의 극치를 이룹니다. 이렇게 길 위에서 먹어야 하는 사실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이건 식사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는 허기의 역설적 표현입니다. 화자의 진술대로 그런 밥은 피가 도는 따뜻한 밥이 아니라 으스스, 몸에 한기가 드는 밥이다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설움의 밥, 사료 같은 밥, 한기가 드는 목메는 밥을 길 위에서 혹은 일터에서 끼니로 때우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서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더 따뜻하고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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