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42) : 봄 / 김광섭

개나리2.jpg



나의 애독시(242)

 

 

/ 김광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 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거리가 풀리면서

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

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

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

 

나무는 나무로

꽃은 꽃으로

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

사람은 사람에게로

산은 산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

 

꽃은 짧은 가을 해에

어디쯤 갔다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는 봄 해를 따라

몇 천리나 와서

오늘의 어느 주변에서

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

 

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

봄빛을 따라 나와

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

졸졸 흐르는 시냇가로 간다

 

 

 

모든 사물이 자기의 근원을 생각하고 그 근원을 향해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계절이 봄입니다. 나무는 나무 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꽃은 꽃의 모양으로 돌아오고 산은 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계절인 것입니다. 죽음과 삶이 하나가 되어 만나 인사를 나눈다는 말은 얼마나 의미가 깊습니까? 그 둘이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라 흘러오고 흘러가며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며, 죽음의 끝이 곧 삶의 시작이요 삶의 끝이 곧 죽음의 시작이지만, 실제로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서로 이어지고 윤회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는 계절이 봄이라는 것입니다. 새싹이 움트고 푸른 순이 돋아나며 다시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와야 하는 때가 봄이지만, 땅만 풀리고 계곡의 얼음만 녹는 계절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모든 거리가 다 풀리는 계절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관계 때문에 갈라선 것까지도 돌아와야 하고, 서운하게 갈라진 것들도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봄은 모두에게 정말로 그런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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