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eg / Peer Gynt Suite Op. 46/55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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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275)

 

 

275

 

Grieg / Peer Gynt Suite Op. 46/55

 


페르 귄트<인형의 집>으로 잘 알려진 극작가 입센이 쓴 희곡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페르 귄트 모음곡>을 작곡한 노르웨이 출신 음악가 그리그는 바로 옆 나라인 핀란드 출신 시벨리우스와 함께 북유럽을 대표하는 작곡가입니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작곡가와 작가가 자기 나라의 설화를 토대로 만든 작품입니다.

 

극음악은 다른 곡에 비해 훨씬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이야기가 있고 장면에 부합하는 음악으로 작곡했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 대문호 헨리 입센(1828~1906)페르 귄트의 모험담을 시극으로 남겼는데 바로 희곡 <페르퀸트>입니다. <페르 귄트>1867년 총 5막으로 구성된 연극으로 탄생했는데, 작곡가 그리그가 작곡한 스물세 곡이 함께 상연되면서 크게 흥행되었습니다. 성공적인 초연 이후 그리그는 꾸준히 개정을 하면서 더욱 완성도를 높였고, 관현악을 위한 모음곡으로도 출판했습니다. 인상적인 네 장면씩을 골라 1888년에 <모음곡 1Op. 46>, 1892년에 <모음곡 2Op. 55>를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돌아온 탕아의 이야기 정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 극을 사람들은 노르웨이의 파우스트라고도 말합니다. 파우스트도 독일 전설 속의 인물이고, 페르 귄트도 노르웨이의 전설 속 인물입니다. 방황하는 파우스트나 페르퀸트를 주인공으로, 그리고 물레를 감는 그레첸이나 베를 짜는 솔베이지는 사랑을 기다리는 지고지순한 여인으로 등장하는 설정이 흡사합니다.

 

페르는 노르웨이의 부유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오제는 그런 아들이 못마땅하면서도 안쓰럽기만 한데, 페르는 계속 정신을 못 차리고 방황합니다. 예전에 사귀던 여인 잉그리드의 결혼식장에 나타나 함께 도망을 가질 않나, 그렇게 가로챈 잉그리드에게도 싫증을 느끼고 산속에 들어가 마왕의 딸을 유혹하기도 하고, 아라비아 사막에 가서는 자신이 바로 하늘이 보낸 예언자라고 허풍을 떨기도 합니다. 페르 귄트는 수많은 시간을 그렇게 방탕과 방황을 일삼다가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어머니는 죽은 지 오래였고, 고향에는 자신이 버린, 그러나 자신만을 기다리는 순진한 솔베이지만이 남아 있습니다.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는 상상도 안 되는 줄거리지만 입센의 희곡에는 그렇게 지고지순한 솔베이지가 등장하지요.

 

기승전결이 있는 공연의 연주곡이자 한 사람의 일생이 담긴 음악이어서인지 <페르 귄트 모음곡>의 곡들은 각각 색깔이 다릅니다.

 

* 1 모음곡 Op. 46


1. 아침의 기분 : 4막의 전주곡입니다. 조용한 새벽빛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마음을 먹는 장면입니다. 촉촉한 아침이슬을 머금고 있는 숲이나 푸른 초원을 연상시키는 곡입니다. 원래는 해적이 된 페르가 모로코 해안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묘사했다고 하는데, 곡에서는 해변보다는 풀냄새가 더 많이 풍깁니다.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고요한 숲속에서 한껏 기지개를 켜는 익숙한 장면이 금세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그만큼 아침에 연상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상을 담아낸 음악입니다.

2. 오제의 죽음 : 3막에서 어머니 오제는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을 병상에서 맞이합니다. 페르의 밑도 끝도 없는 공상 이야기를 들으며 숨을 거둡니다. 페르가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는 순간을 음악으로 묘사한 곡입니다. 곡 전반에 담담하지만 깊은 슬픔과 죽은 이에 대한 애도와 존경이 배어 있는 곡입니다. 죽음의 애통함, 비통함을 절절하게 그리고 있는 곡인데,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아련해질 만큼 감수성을 자극합니다.

3. 아니트라의 춤 : 4막 중 아라비아 추장의 천막에서 추장의 딸 아니트라가 추는 춤곡입니다. 현악기와 트라이앵글로 연주하는 동양풍의 소곡입니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배경음악으로 붙여도 좋을 만큼 통통 튀는 가볍고 발랄한 선율이 귀에 꽂히는 곡입니다.

4.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 : 2막 중 산속 마왕의 궁전 장면입니다. 마왕의 부하들이 페르를 괴롭히는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점차 긴장이 고조되다가 교회 종소리가 들리고 궁전이 무너지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 2 모음곡 Op. 55


1. 신부 잉그리드의 탄식 : 2막의 전주곡으로, 신부 잉그리드를 납치하는 장면과 페르가 이내 그녀에게 권태를 느껴 산으로 도망치자 탄식하는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2. 아라비아 춤 : 4막에 나오는 아라비아 사막의 장면입니다. 페르는 마치 예언자처럼 행세하며 많은 돈을 벌어들입니다.

3. 페르귄트의 귀향 : 5막에서 페르는 미국의 금광에서 많은 돈을 벌고 귀향했습니다. 노르웨이 해안에 다다를 무렵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당합니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4. 솔베이지의 노래 : 본래 <페르 귄트>에는 노래 가사가 붙어있습니다. 이 선율은 극중에서 세 번 반복해서 나옵니다. 페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솔베이지의 심정을 노래하는 내용입니다. 결국 백발이 되어서야 솔베이지는 페르를 만나고, 그녀의 무릎을 베고 페르는 숨을 거두고 맙니다.

 

<페르 귄트 모음곡>에 담긴 8곡은 그리그가 직접 골라서 모음곡 1, 2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극 순서와 일치하지 않는데, 아무래도 그리그가 전체적인 음악 분위기를 맞춰 순서를 새로 정한 것 같습니다. 간추린 버전이라 앨범 전체가 쭉 이어지는 느낌은 덜하지만, 한 곡 한 곡이 서로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Bjarte Engeset(cond)

Kristiansan Symphony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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