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41) : 봄비 /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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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241)

 

 

봄비 / 이재무

  

1

봄비의 혀가

초록의 몸에 불을 지른다

보라, 젖을수록

깊게 불타는 초록의 환희

봄비의 혀가

아직, 잠에 혼곤한

초록을 충동질한다

빗속을 걷는

젊은 여인의 등허리에

허연 김 솟아오른다

 

2

사랑의 모든 기억을 데리고 강가에 가다오

그리하여 거기 하류의 겸손 앞에 무릎 꿇고 두 손 모으게 해다오

살 속에 박힌 추억이 젖어 떨고 있다

어떤 개인 날 등 보이며 떠나는 과거의 옷자락이

보일 때까지 봄비여,

내 낡은 신발이 남긴 죄의 발자국 지워다오

 

3

나를 살다간 이여, 그러면 안녕,

그대 위해 쓴 눈물 대신 어린 묘목 심는다

이 나무가 곧게 자라서

세상 속으로

그늘을 드리우고 가지마다 그리움의

이파리 파랗게 반짝이고

한 가지에서 또 한 가지에로

새들이 넘나들며 울고

벌레들 불러들여 집과 밥을 베풀고

꾸중 들어 저녁밥 거른 아이의 쉼터가 되고

내 생의 사잇길 봄비에 지는 꽃잎으로

붐비는, 이 하염없는 추회

둥근 열매로 익어간다면

나를 떠나간 이여, 그러면 그대는 이미

내 안에 돌아와 웃고 있는 것이다

늦도록 늦봄 싸돌아다닌 뒤

내 뜰로 돌아와 내 오랜 기다림의 묘목 심는다

 

 

 봄비가 자주 내리는군요. 봄비의 혀가 초록의 몸에 불을 질러 초록의 환희를 느끼게 해주겠지요. 그 봄비가 내 낡은 신발이 남긴 죄의 발자국을 지워주길 바라고 있네요. 빗줄기가 사랑의 아픈 기억을 데리고 강가로 가서 겸손하게 무릎 꿇고 두 손 모으게 해주길 바라기도 하고요. 그러나 빗속에서 아픈 추억에 젖어 떠는 일보다 그대를 위한 어린 묘목 하나 심는 일이 더 소중한 일임을 깨닫게 합니다. 봄비에 이 나무가 자라 그리움의 둥근 열매를 맺는다면 나를 떠난 이들이 이 나무에 즉 내 안에 돌아와 웃음으로 터를 잡는 일이 된다고 하는군요. 허나 언어는 무거운 편이고, 전체적인 봄비를 바라보는 시인의 생각도 좀 무거워 보이는 듯하지요. ()

 

이재무의 시는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낱말을 일부러 골라 쓰지도 않고 낯설기나 시각적인 형식으로 강제로 행을 가르지도 않고 억지로 비틀지도 않습니다. 단순히 기교만으로 시를 쓴다면 가벼워질 수도 있지만 부담이 없다고 해서 무게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읽혀지는 가운데 희망의 메시지를 담습니다. 묘목을 심는 것을 희망을 심는 것입니다. ‘, ‘라는 일원론으로 시를 쓰는 이재무 시인에게 봄비와 식물은 너이자 곧 나입니다. 봄비가 내렸습니다. 봄비의 혀가 초록의 몸에 불을 지르는 게 보입니다. 그 봄비가 내 낡은 신발이 남긴 죄의 발자국을 지워주길 바랍니다. 빗줄기가 사랑의 아픈 기억을 데리고 강가로 가서 겸손하게 무릎 꿇고 두 손 모으게 해 주길 바랍니다. 그러나 빗속에서 아픈 추억에 젖어 떠는 일보다 그대를 위한 어린 묘목 하나 심는 일이 더 소중한 일임을 생각합니다. 자신의 뜰로 돌아와 오랜 기다림의 묘목 하나 다시 심는 일을 생각하는 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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