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19) : 푸른 밤 / 나희덕
- 서건석
- 2025.02.0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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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219)
♬ 푸른 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살다 보면 참으로 많은 길을 걷게 되지요. 가파른 고갯길을 오를 때도 있고, 아무도 없는 호젓한 오솔길을 걸을 때도 있구요. 평평한 한길을 걷다가 두 갈래 세 갈래로 갈라지는 갈림길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 많은 길 가운데 에움길이라는 것도 있지요. 지름길과는 반대로 빙 둘러서 돌아가는 굽은 길이 에움길이지요. 이 세상에서 사랑을 찾아가는 길이 있다면 그건 바로 에움길이 아닐까요. 이 시는 사랑의 대상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진솔하게 고백함으로써 사랑을 성취하려는 집착을 그리고 있네요. 누구든지 사랑의 아픔을 갖고 있을 터인데, 그 아픔은 먼 길을 한없이 가야 하는 인간의 고뇌이며, 그 고뇌는 우리 인생을 끝없이 에워쌉니다. 그러므로 이 시의 아름다움은 푸른 밤의 맑고 청정함 속에서 사랑의 아픔을 연민하는 데 있습니다. 읽어 갈수록 애정의 열정이 점점 강해지고 대상에 대한 정서의 집착을 더 강하게 드러냅니다. 조용한 밤 시간에 정성을 다해 이 <푸른 밤>을 음미하는 시간을 한번 가져보시지요?
◑ 사랑은 장력(張力)이지요. 두 존재가 우연히 부딪쳐 서로 끌리는 마음을 갖게 되면서 사랑의 파장은 시작됩니다. 그런데 사랑의 존재들은 각자 ‘하나의 별’로 탄생된 것과 같아 제 안의 인연과 운명으로 인해 중력을 지닙니다. 두 중력이 서로 밀고 당기게 될 때, 사랑은 필연적으로 직선이 아니라 곡선, 즉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을 밟을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직진으로 가닿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두레박을 드리우’지만 중력은 그리움마저 휘게 하여 ‘수만 갈래의 길’을 퍼뜨릴 뿐입니다. 사랑의 고통으로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어도 사랑의 장력으로 운명의 지침은 ‘네게로 향해’ 있습니다. 그 고통과 열락의 시간들은 모두 너에게 가는 길, 사랑의 인력이 이끄는 ‘에움길’이 실은 가장 빠른 ‘지름길’임을 알게 하는 단련의 순간들입니다. (펌)
◑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걸었던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라고 말하는 시의 첫 부분은 곧바로 ‘운명’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합니다. 까마득한 밤길을 걸어갈 때 ‘나’의 응시로 날아간 별은 ‘너’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흔들리는 꽃들마저도 네게로 몸을 기울입니다. 내가 걷게 된 수만 갈래의 길은 결국 너라는 단 하나의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쉬운 지름길이 아닌 힘들게 돌고 돌아야만 목적지가 보이는 에움길이기에 도착하고 나서야 목적지가 너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너라는 존재를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푸른 밤>은 운명적이고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나 네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너는 우리가 앞으로 가질 직업이나 할 일이 될 수도 있고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너를 향해 빙글빙글 돌아가는 에움길이 바로 우리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인생입니다. 살아가며 하는 실수와 실패들마저도 너를 향해 가는 과정인 것이죠. 지금 하는 일들이 아무 의미 없는 시간 낭비처럼 생각돼 무기력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푸른 밤>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삶이 내 생각과 조금 엇나가는 것 같아도 괜찮습니다. 이 에움길 끝에는 결국 도착해야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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