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16) :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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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216)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사람이 /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정말 그럴 때가 있는 듯합니다. 어느 날 오래된 영화를 보다가 문득, 아니면 영화 속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중에서, 아니면 아프다가 나가 본 밖의 풍경에서, 아니면 화사한 그늘 안쪽에 앉아 있을 때 저만큼에서 흘러가는 거리의 풍경에서, 갑자기 풍경이 되어 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지 않는지요. 넋 놓고 그런 풍경을 바라볼 때 어떤 조화로운 상태를 느끼지 않는지요. 그러면 그 풍경이 따뜻하고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그건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탓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탓일 수도, 아니면 내가 그리는 풍경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것이든 중요한 건 사람이 / 풍경으로 피어난 것이고, 그 조화로움이 내게 아름다움을 준 것이고, 그때 사람들의 모습이 그 자체로 행복해 보인다는 건 정말 사실이라구요. 한번 가만히 생각을 더듬어보면 그런 순간이 떠올려질 겁니다.

 

이 땅에는 수많은 풍경이 있고 우리는 여러 종류의 풍경들과 함께 삶을 영위합니다. 고즈넉하고 아늑한 풍경이 있는가 하면 눈살 찌푸리게 하는 풍경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어떤 생활공간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하나의 풍경입니다. 진경산수(眞景山水)를 주로 그렸던 옛 화가들이 작으나마 사람을 그려 넣는 것은 풍경을 완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정현종 시인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는 풍경이 된 사람에 대한 예찬입니다. 그러하면 어떤 사람이 풍경이 되는 걸까요? 시인은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사람이 풍경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는다는표현은 빵을 부풀리는 이스트처럼 사소한 잡담이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뜻이지요. 그런 사람이 앉아 있는 공간은 하나의 풍경이 됩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내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풍경이 그려졌는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사람이 풍경이 되었다는 것이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화자(話者)와 한적한 카페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모델이 행복하다는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이 풍경이 되는 걸까요? 모름지기 주변 환경과 잘 조화를 이루는 사람일 겁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번민과 갈등, 세상의 시시비비(是是非非)로부터 벗어난 사람입니다. 세속으로부터 벗어난 사람은 굳이 사물과 구별할 필요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사람이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는 건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 주변 사물과 환경에 완벽히 어울리는 즉 조화를 이룬 순간입니다.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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