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hms / Violin Son. No. 1 Op. 78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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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250)

 

 

 

250

 

Brahms / Violin Son. No. 1 Op. 78

 


브람스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작곡가였으며, 지나칠 정도로 완벽주의자였습니다. 브람스가 43세에 첫 교향곡을 완성하고, 46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첫 바이올린 소나타를 발표하게 된 것도 그의 완벽주의 성향이 낳은 결과일 겁니다. 그는 자신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공식적으로 세상에 내놓기 전 적어도 네 편의 소나타를 작곡했지만, 작품의 수준이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가차 없이 파기해 버렸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단 세곡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브람스가 1877년부터 1879년까지 매해 여름마다 찾은 오스트리아 남부 알프스산 인근의 호반 마을 푀르차흐(Pörtschach)에서 작곡한 것입니다. 이곳을 더없이 사랑한 브람스는 여름이면 자주 그곳에 가서 피서를 즐기면서 작곡 활동을 했습니다. 바이올린 소나타 1번도 1879년 여름 그곳에서 작곡하였습니다. 이때 브람스는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77)도 함께 작곡하였습니다. 그중 187812월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가 먼저 완성되어 187911일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되었고, 이어 유럽 각국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따라서 브람스는 한껏 고무된 가운데 자신감을 가지고 바이올린 소나타 작곡에 전념했을 겁니다.

 

이윽고 1879년 여름 곡이 완성되었고, 클라라 슈만을 비롯한 지인들을 초대한 가운데 브람스 자신의 피아노 연주와 헝가리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브람스의 막역한 친구였던 요제프 요아힘(Joseph Joachim)의 바이올린 연주로 시연이 이루어졌습니다.

 

불혹을 넘긴 원숙기의 요하네스 브람스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첫 번째 바이올린 소나타입니다. 2, 3번 소나타와 더불어 낭만파 시대 실내악의 걸작으로 꼽히지요. ‘비의 노래혹은 비의 소나타로 불리는데, 이는 3악장에 자신의 가곡 비의 노래의 선율을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푀르차흐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대개 그곳 경치를 닮아서인지 상쾌하고 우아합니다. 이 곡에도 예외 없이 그와 같은 밝은 기분이 가득 담겨 있는데 그가 이 소나타를 작곡하기 직전에 평생 처음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하고 감회에 젖었는데 그러한 느낌도 이 곡에 투여되어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런가 하면 브람스 특유의 애수 어린 서정성 같은 것도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곡의 부제인 비의 노래’(Regenlied)3악장에 1873년 독일의 시인 클라우스 그로트의 시에 곡을 붙인 자신의 가곡 비의 노래(Regenlied Op. 78)’의 선율을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시인 클라우스 그로트(Klaus Groth, 1819-1899)의 시에 곡을 붙인 이 작품을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노래로 들어보는 것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아래는 비의 노래 가사인데, 천천히 음미해 보면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비의 노래’ / 클라우스 그로트

 

쏟아져라, 비여, 쏟아져라

물방울이 모래에 거품을 일으킬 때

나는 어린 시절 꾸었던 꿈들을

다시 떠올린다.

찌는 듯한 여름 무더위가

이따금 신선한 냉기와

이슬에 흠뻑 젖은 잎사귀

그리고 진한 푸른색으로 물든 들판에 맞서 발버둥 칠 때,

이 호우 속에

잔디밭을 맨발로 밟고 서 있을 때,

이 거품들에 손을 대어볼 때,

혹은 차가운 물방울들을 맞기 위해

뺨을 내밀 때,

그리고 그 싱그러운 공기를 가스에 품을 때의

환희란!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 들어가는 꽃봉오리처럼

영혼은 가슴을 활짝 열고 숨 쉰다.

향기에 취한 꽃처럼,

천국의 이슬에 흠뻑 젖는다.

심장부를 흔들며

증발해 버리는 빗방울 하나하나,

은둔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 안에

파고드는 우주 만물의 신성함

쏟아져라, 비여, 쏟아져라.

빗방울이 바깥을 두드릴 때마다

우리가 문간에서 부르던

옛 노래들을 떠올린다.

나는 이 달콤하고 촉촉한 빗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성스럽고 순수한 경외감에

부드럽게 젖는 내 영혼


 

이 곡을 비의 노래 소나타로 즐겨 불렀던 이는 다름 아닌 브람스의 스승인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이자 당시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슈만. 그녀는 브람스에게 그녀가 이 소나타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를 다음과 같이 적어 보내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소나타가 저를 얼마나 흥분시켰는지 모릅니다. 3악장에서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선율이 흘러나왔을 때 제가 얼마나 황홀했었는지 당신은 충분히 짐작하시겠죠. 저는 이 곡을 저의 음악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 누구도 이 곡에서 저처럼 황홀하고 슬픈 느낌을 받을 수 없으리라 믿기 때문이죠.”

 

브람스의 삶과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클라라 슈만과의 관계입니다. 브람스는 20세에 자기의 음악적 은인인 슈만의 집을 드나들면서 그의 아내 클라라를 연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엄격했던 그는, 클라라에 대한 연정을 마음속에만 품은 채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로버트 슈만이 죽은 이후에도 평생 동안 클라라 슈만과 그 가족을 돌봤습니다. 1896년 클라라 슈만이 77세의 나이로 타계했을 때 브람스는 나의 삶의 가장 아름다운 체험이요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가장 고귀한 의미를 상실했다.’로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서정적인 선율의 아름다움은 이 소나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지만, 전곡을 통일시키는 비의 노래의 부점 리듬이야말로 이 소나타 전곡에 걸쳐 음악을 이끄는 핵심적인 동인이 됩니다. 또한 방황하는 듯 자유롭게 전개되는 리듬의 유희는 이 곡에 독창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6/4박자의 1악장에서는 4분음표를 3+32+2+2로 분할한 리듬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의해 동시에 전개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악센트의 위치를 바꾸어 절름거리는 뜻한 리듬을 만들어 내며, 어둡고 진지한 2악장에서는 리듬의 전개가 마치 안개와도 같이 애매모호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3악장에 이르러 비의 노래 주제의 부점 리듬이 나오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다양하게 변화해 가는 리듬은 브람스 음악 특유의 애수와 서정성을 지닌 선율과 결합하여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 냅니다.

 

브람스의 실내악 작품은 단 하나의 음표도 의도되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 다듬고 다듬은 철저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많은 연주자들이 브람스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브람스가 나이 마흔이 넘어서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는 엄격한 자기 비판으로 오랜 시간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내놓은 교향곡 1번과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걸작입니다. 더구나 평생 3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남긴 것은 모차르트와 베토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이지요. 그러나 그 음악적인 질을 바라보면 작곡가의 삶의 철학이 투영된 높은 경지에 고고히 서 있는 수작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브람스는 서정성과 따스함을 고루 갖추고 있으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인생의 슬픔을 관조하고 해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슬픔을 슬프다고만 말하지 않고 그것을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빛으로 승화시키려 하는 그의 정신. 시대는 다르지만 브람스의 마음이 곡을 통해 느껴지는 것은 그의 음악이 가지는 진실함과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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