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14) : 설일(雪日) /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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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214)

 

 

설일(雪日) / 김남조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이적진 : 이적지는(‘이제까지의 방언)

 

 

 

쓸쓸한 겨울나무가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보고,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것이라고 깨닫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하늘만은 인간을 보살펴 주기에 사람은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삶이 돌층계를 오르는 것처럼 힘든 일일지라도 그건 은총으로 가는 계단이 되고, 사랑이 자갈밭을 기어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것일지라도 섭리가 이루어지는 한 장소라고, 긍정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가 다른 사람에게서 상처를 입으면 그만큼 가시 돋친 말로 되갚아주려 했던 그 간의 시인의 태도를 반성하게 합니다. 이제는 너그럽게 용서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죠. 깨달음을 얻는 시인에게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황송한 축연즉 축하 파티인 겁니다. 이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눈물이 승화된 것입니다. 순수의 결정체인 눈은 사람들의 슬픔을 위로해 주는 하늘의 선물인 것이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의 풍경을 보면서 인생을 사는 삶의 자세를 짚어 보고 있고,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평소 종교적 신앙심을 생활에 연결 짓고 있군요. 평이한 시어 속에 인생에 관한 관조적 태도를 느낄 수 있지요. ()

 

어느 눈 내리는 날의 풍경을 보면서, 자연에서 느끼는 신의 섭리와 인생에서 긍정적 삶의 자세를 다짐하는 내용입니다. 인간 본연의 순수한 모습을 회복하려는 시인의 의도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524행으로 구성된 자유시입니다. 1연에서는 함께하는 겨울나무와 바람이라 하여, 자연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며, 2연에서는 함께하는 존재라 하여, 인간도 외롭지 않다는 것을 표현합니다. 3연에서는 삶의 은총과 사랑의 고통은 신의 섭리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나타냅니다. 4연에서는 세상은 황송한 축연이라 하여, 겸손하고 너그러운 자세로 살아가자고 말합니다. 5연에서는 백설로 시작되는 새해라 하여, 순수한 삶의 각오를 나타냅니다. 시각적으로 심상이 두드러진 것이 특징입니다. 바람을 '머리채 긴 바람' '투명한 빨래', 삶을 '은총의 돌층계', 사랑을 '섭리의 자갈밭', 눈을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 등으로 표현합니다. 시상이 점점 심화되는데, 시적 화자의 시선이 외면 세계에서 내면 세계로 이동하면서 나타납니다. 즉 제1연에서 겨울나무, 2연에서 인간과 나, 3연에서 삶과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이 시는 깨달음과 다짐, 그리고 염원이라는 정서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자연현상을 보면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다짐합니다. 그리고 하얀 눈을 보면서 순수한 삶에 대한 염원을 드러냅니다. 인생에 대한 성찰이라고 하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차분하고도 담담한 어조를 지닙니다.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나타냅니다. 또한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여성의 섬세한 감성을 바탕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을 경건한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이 시에서 작자는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고도 솔직하게 보여 줍니다. 쉽고 평이한 어휘를 시어로 선택했고, 특별한 기교 없이 일상적인 문장으로 서술합니다. 이 작품에는 김남조 시의 한 면모가 담겨 있습니다. 즉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가 신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는 자연현상에서 인생의 의미를 이끌어냅니다. 기독교적인 신앙심이 곳곳에 배어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하늘은 항상 함께한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여기서 그 보이지 않는 하늘, 곧 신의 존재를 '은총의 돌층계' '섭리의 자갈밭' 등으로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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