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04) : 파장(罷場)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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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204)

 

 

파장(罷場) /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못난 놈들은 그저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이 한마디는 그대로 절망과 희망의 압축파일입니다. 이 한 구절이 이 시의 한 시절을 감격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는 서산에 뉘엿뉘엿 걸리고 허전한 쓸쓸함이 번져오는 장터의 끝. 오징어에 소주도 좋고, 김치에 탁배기 한잔이면 어떻겠습니까요. 세월 흘러 언젠가는 나두야 서울 갈 수 있으리라는 그리움을 삭히면서 말입니다. 이 시는 소외된 농촌과 농민들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못난놈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이러한 공동체적 유대감에 든든한 믿음이 듭니다. 시의 끝에서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은 마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와 흡사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것 같지 않습니까요?

 

이 시는 어느 시골 장터에서 만난 농민들의 애환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진솔하고 토속적인 묘사로 압축하여 표현한 작품입니다. 시인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향토적인 정취를 서정적으로 잘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시골의 장터는 항상 흥겹습니다. 그리고 이 장터는 농민들의 토론의 장()이자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지요. 그래서 여기저기 둘러앉거나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다가 농사짓기의 어려움이나 빚뿐인 농촌의 얘기에는 모두 서울로 뜨고 싶은 마음만이 앞섭니다. 이런 울적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은 자포자기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파장 무렵의 장에서 이것저것 집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 가지고, ‘달이 환한 마찻길로 접어들어서 무거운 발걸음 다시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초라한 시골 장터의 사실적 묘사를 통하여 농촌 생활의 어려움과 이로 인하여 날로 증가하는 이농(離農)의 문제를 간명하게 제시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야기의 전개상 화자의 태도를 기준으로 보면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일상적인 언어의 적절한 구사를 통하여 민요적 리듬 의식을 느끼게 하는 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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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준
    • 2025.01.17 14:44
    건석형, 15일날 멀리서만 뵈었지 반가운 인사도 나누지못했습니다.
    어서 전같은 팔팔한 건강 회복하셔서 약주한잔 모실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늘 고맙습니다.

    • 서건석
    • 2025.01.18 06:00
    박형, 말만 들어도 술 한 잔 마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염려해준 덕분에 차츰차츰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박형도 건강하고 즐거운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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