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ouard Lalo / Symphonie Espagnole Op. 21 (230)
- 서건석
- 2025.01.09 05:44
- 조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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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230)
230
♣ Edouard Lalo(1823~1892) / Symphonie Espagnole Op. 21
♬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은 종종 교향곡으로 오해되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 이 작품은 교향곡의 형식을 갖춘 작품은 아니고, 바이올린 독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이란 점에서는 협주곡이라 볼 수도 있으나 이 곡은 전형적인 협주곡 형식에서도 벗어나 있습니다. 모두 5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마치 여러 춤곡을 모아 놓은 모음곡 같기도 하므로 이 곡은 엄밀한 의미에서 모음곡 형식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교향곡>이란 작품명 그대로 스페인풍의 음악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전 악장에 걸쳐 ‘하바네라’와 ‘세기디아’ 등 스페인 음악의 향기가 작품 곳곳에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랄로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총 네 편 썼는데 제1번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곡에는 모두 표제를 붙였습니다. 제2번은 〈스페인 교향곡〉이고, 제3번은 〈노르웨이 환상곡〉, 제4번은 〈러시아 협주곡〉이란 표제를 붙여 그의 이국적 정서를 반영하였습니다.
교향곡이라 부르는 이유는 우선 전통적인 협주곡 형식의 3악장 구성이 아니라 5악장으로 되어 있는 것과 독주 바이올린과 관현악이 교묘하게 융합되어 있고 관현악이 다채롭고 그 효과가 교향악적이라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전 악장에 걸쳐 ‘하바네라’와 ‘세기디아’ 등 스페인 음악의 향기가 작품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이 곡은 독주 바이올린의 초인적인 현란한 기교가 강조될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음색에 있어서도 특이한 점이 번뜩입니다. 트라이앵글과 작은북, 하프 등 일반 협주곡에서는 드물게 나타나는 악기들이 편성되어 화려한 색채를 더합니다.
또한 현악 주자들이 휘파람 소리와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하모닉스 주법까지 구사하는 등 특수한 연주기법이 사용되면서 관습에서 벗어난 악기 주법이 나타나 흥미를 더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이 곡은 지나치게 화려한 외양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차이콥스키도 이 곡을 가리켜 “지극히 유쾌하고 신선한 곡이지만 진지한 것 같지는 않다.”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나 짧은 중간 악장들을 장식하는 랄로의 매혹적인 선율에는 화려한 외양 뒤에 숨은 애수 띤 향수와 진지한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랄로는 프랑스 릴에서 스페인계 명문 군인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소년 시절의 랄로는 바이올린과 첼로 레슨을 조금 받을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그에게 허락된 음악 교육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직업 음악가를 향한 열망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랄로는 집안의 도움 없이 홀로 파리로 건너가 음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프랑수아 아브넥에게서 바이올린을 배운 랄로는 틈틈이 작곡도 하여 1847년에 당대 최고의 콩쿠르인 ‘로마 대상’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음악가로서 인정받았습니다. 그 후 아르맹고 4중주단에서 비올라와 제2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연주자로서도 활발한 연주 활동을 했습니다. 결혼 후 작곡에 전념하면서 현악 연주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올린 협주곡〉, 〈첼로 협주곡〉을 작곡해 현악기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보여줬습니다. 이 곡은 스페인 태생의 명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사테(1844~1908)에게 헌정되어 초연되었습니다.
△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전 5악장 중에서 제일 규모가 크고 화려하며 힘찬 정열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주제 선율이 ‘하바네라’를 연상시키고 있어 스페인적인 느낌을 줍니다. ‘하바네라’는 쿠바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춤곡으로 19세기 후반 스페인에서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제2 주제에서는 탱고의 바탕이 되기도 하는 리듬이 나옵니다. 오케스트라가 하바네라 리듬을 연주하는 가운데, 독주 바이올린이 관능적인 스페인풍의 선율을 선보이며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특히 독주 바이올린의 기교는 화려하고 매혹적입니다.
△ 제2악장 Scherzando(Allegro molto). 해학적이면서도 변덕스러운 느낌의 악장입니다. 랄로는 좀 더 자유분방하게 그의 매혹적인 악상을 펼치면서 자신의 개성을 더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악장의 도입부에서 마치 기타 소리와 같은 음향을 들려주는 현악기의 피치카토 리듬 위에서 가볍게 날아오르는 솔로 바이올린 선율은 스페인 남부에서 유행한 ‘세기디아’와 매우 유사합니다.
△ 제3악장 Intermezzo Allegretto non troppo. 이 악장은 초연 당시 연주가 생략된 후 한동안 연주회에서 생략되곤 하였습니다. 러시아 바이올린의 대부 레오폴트 아우어도 “이 악장은 다른 악장들에 비해 연주 효과가 적다.”라고 말한 이후 이 관습은 더 굳어졌습니다. 급격한 음역 변화와 관능적인 표현이 나타난 매혹적인 3악장을 생략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이 복원해 연주한 이후 오늘날에는 전 5악장을 모두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적인 정서가 짙게 풍기는 음악으로 정열적인 서주에 이어 정감적인 주부와 자유분방한 중간부로 꾸며져 있습니다.
△ 제4악장 Andante. 서주에 저음역 악기들이 묵직하고 인상적으로 나타납니다. 이어 솔로 바이올린이 조용하고 진지한 스페인 민요풍의 주제를 노래하는 우수에 가득 찬 서정적인 악장입니다. 전곡 중 가장 정서가 풍부한 선율미에 넘치는 악장으로 감미롭고 감상적인 주제가 전개됩니다.
△ 제5악장 Rondo(Allegro). 스페인 민요풍의 주제로 이국적인 정취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악장입니다. 바이올린의 재빠른 움직임과 날렵한 기교가 강조된 화려한 선율과 함께 고음의 목관악기들과 하프의 하모닉스가 반복됩니다. 이어 바순이 반복 음형을 연주하면서 그 음형은 점차 오케스트라로 번져갔다가 다시 작아지고 아름다운 선율의 경쾌하고 발랄한 주제를 솔로 바이올린이 연주하며 끝나는데 전 악장을 통해 솔로 바이올린의 현란한 기교가 자유롭게 펼쳐집니다.
Augustin Hadelich(vn), Christian Macelaru(cond)
Orchestre national de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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