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196) : 존재의 꽃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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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196)

 

 

존재의 꽃 / 김동원

 

 

꽃이 핀다.

무명의 꽃이 핀다.

꽃도 모르고 꽃이 핀다.

한 가지에 어깨를 서로 기대어 피지만

서로 모르면서 피는,

서로 모르면서 아름다운 꽃.

 

꽃은 모르면서 진다.

모르고 지면서

모르고 산다.

지는 줄도 모르면서 지지만

피는 줄도 모르면서 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살고 있는 꽃은

아름답고 눈물겹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살고 있는

우리네 목숨같이

꽃은 피면서 진다.

 

꽃이 피고 질 때

꽃은 서로가 속수무책이다.

살지 않을래야 도무지 살지 않을 수도 없고

죽지 않을래야 도무지 죽지 않을 수도 없는,

가엾은 목숨처럼

 

 

 

◑ 『우주, 지구, 그리고 자연은 무심합니다. 그러므로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은 그 무심함을 견디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주와 지구와 자연을 포함한 그 속의 모든 존재들은 다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태어나며, 살아가며, 죽어가고 있다는 걸 시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왜 생명이 태어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왜 생명이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왜 생명이 죽어 가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왜 우리가 이 시공 속에 함께 존재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존재의 이 속수무책인 삶 앞에서 가엾음, ‘아름답고 눈물겨움을 느끼고 할 뿐입니다. 그저 모든 존재는 꽃처럼 피고 질뿐이죠. 하나의 물결을 이루며 흘러갈 뿐인 것입니다.(정효구)() 이건 제 말이 아닙니다. 저의 앎이 짧기도 하거니와 평자의 의견이 넘 맘에 들어 그대로 옮겨 놓았어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맘에 들어요 안 들어요?

 

시인은 화학을 전공한 교수 시인이라고 합니다. 이 시를 읽어보면 다분히 철학적인 냄새가 짙은 작품이지요. 과학자가 생명체의 미세한 부분까지 분석해 들어가다 보면, 왠지 허무에 빠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도 결국은 싸늘한 원소기호로 분석되어 표시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 시는 모른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도무지 속수무책인 이유에 대한 규명을 독자의 몫으로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며 읽을수록 묘한 감정이 생깁니다. 꽃은 피고 지고 향기를 내기도 하고 내지 않기도 하지요. 그러나 왜 피는지 지는지는 모릅니다. 서로가 얽혀 있기도 하지만 자기의 주변에 누가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잠깐입니다. 언젠가 시들어 죽어갈 뿐입니다. 아마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삶과 죽음이 있을 뿐입니다. 필 땐 아름답고 질 땐 슬프고 눈물겹습니다. 꽃뿐만이 아니라 우리 인생도 꽃과 다를 바 없지요. 그러니까 다만 흘러갈 뿐입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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