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184) : 그 사람에게 / 신동엽

그림1119.jpg



나의 애독시(184)

 

 

그 사람에게 / 신동엽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던가, 하고.

 

 

 

 

왜 그랬을까요? 살다 보면 가끔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죠.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마음일수록 못내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너무 멋진 경치를 마주 대했을 때, 좋다는 감탄사를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지나치고 와서 훗날 그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을 때의 기분과 같은 느낌이 혹시 아닐는지요. 아니면 너무나 맘에 드는 여자를 길 가다 만났는데 말 한 마디 못하고 지나쳐 버렸을 때 아쉬운 기억으로 늘 머릿속에 남아 있을 그런 느낌이 혹시 이런 느낌이 아닐는지요. 너도 나도 왔다 가는 이 쓸쓸한 세상의 호젓한 산길에서라면 아는 체를 하지 못하고 뭐가 망설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때는 용기가 아니라 순간적인 판단력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요, 안 그렇습니까요?

 

이 시 그 사람에게는 삶과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주제가 주제인 만큼 무겁고 칙칙할 것 같지만 작품은 의외로 선선하고 곱습니다. 고맙게도 시인은 이 세상이 참 지옥 같다고 말하지 않고, 아름다운 하늘 아래의 세월이라고 말합니다. 다행히도 시인은 이 세상에 나 혼자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 않고, 너도 왔고 나도 왔고 너도 가고 나도 가는 곳이라고 말하지요. 우리는 감사하게도 삶을 살고 있지만 더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면 겁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삶을 끝낸 것이 아니지만, 삶의 끝을 생각해 보면 무섭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시를 읽으면 삶의 오늘과 내일은 덜 겁나고 덜 무섭습니다. 왔다 간 모든 존재들에 기대어 조금 덜 무서워집니다그려. 삶은 텅 빈 것이 아니라 추억이라는 말에 덜 겁납니다. 이 시를 읽으면 삶이 지닌 의미가 더욱 유장해지는 느낌이 들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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