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23) : 강 끝의 노래 / 김용택

강물7.jpg




나의 애독시(723)

 

 

강 끝의 노래 / 김용택

 

 

섬진강의 끝

하동에 가 보라

돌멩이들이 얼마나 많이 굴러야

저렇게 작은 모래알들처럼

끝끝내 꺼지지 않고

빛나는 작은 몸들을 갖게 되는지

겨울 하동에 가 보라

물은 또 얼마나 흐르고 모여야

저렇게 말 없는 물이 되어

마침내 제 몸 안에 지울 수 없는

청정한 산 그림자를 그려내는지

강 끝

하동에 가서

모래 위를 흐르는 물가에 홀로 앉아

그대 발밑에서 허물어지는 모래를 보라

바람에 나부끼는 강 건너 갈대들이

왜 드디어 그대를 부르는

눈부신 손짓이 되어

그대를 일으켜 세우는지

왜 사랑은 부르지 않고 내가 가야 하는지

섬진강 끝 하동

무너지는 모래밭에 서서

겨울 하동을 보라

 

 

 시인은 섬진강의 끝에 가보라고 하네요. 그 강의 끝에 서면 우리의 삶이란 게 아직은 살 만하고, 아직은 일어나 꿋꿋하게 걸어가야 하는 길임을 알 수 있다고 하네요. 강물에 씻겨 빛나고 작아지는 돌멩이들은 삶의 격류에 씻기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거센 삶의 흐름에 정처 없이 씻겨 나간다고 자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작아지지만 오히려 반짝이며 빛날 수 있고 깊은 강물 속에서 청청한 산 그림자를 그려낼 수도 있습니다. 성숙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지요. ‘무너지는 모래밭에 서서 / 겨울 하동을볼 때, 그렇게 강 끝에 섰을 때 비로소 일어나 자신이 가야 할 삶의 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사랑의 끝에서 발밑에서 허물어지는 모래위에 서 있는 것 같아도, 우리는 다시 일어나야 하고 다시 걸아가야만 합니다.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과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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