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22) : 주름 /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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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22)

 

 

주름 / 송경동

 

 

문득, 주름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마흔 넘다 보니 나도 참 많은 주름이 졌다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고여 있는

골도 있다 왜 그랬을까?

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첩첩한 고랑도 있다

 

여름 볕처럼 쨍쨍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지만

생은 수많은 슬픔과 아픔들이 접히는

주름산과 같은 것이기도 했다 주름의 수만큼

나는 패배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도 많았고

주름이 늘어버린 만큼 알아서 접은 그리움도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주름들이

내 삶의 나이테였다 하나하나의 굴곡이

때론 나를 키우는 굳건한 성장통, 더 넓게

나를 밀어가는 물결무늬들이었다 주름이

참 곱다는 말뜻을 조금은 알 듯도 하다

 

산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수많은 아픔의 고랑과 슬픔의 이랑들을 모아

어떤 사랑과 지혜의 밭을 일구는 것일 거라고

혼자 생각해보는 것이다

 

 

어느 여자는 주름진 눈가에 보톡스를 맞은 후 주름 골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눈 주위 근육이 움직이지 않더라고 합니다. 눈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법인데, 눈 주위 근육이 반응을 안 해주니 딱하기 짝이 없었다고 합니다. 얼굴에 주름 한 고랑 없을 때는 두려움도 없었고 실패도 몰랐으며 용암처럼 끓는 정열로 화만 내고 살지는 않았는지요. 마흔이 넘어서야 다시 말해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고서야 여름 볕처럼 쨍쨍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지만 / 생은 수많은 슬픔과 아픔들이 접히는 / 주름산과 같은 것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주름이 내 삶의 나이테며 주름이 참 곱다는 말뜻을 알게 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시인은 살아가야 할 시간, 살았던 시간이 모두를 합한 산다는 것을 이렇게 말합니다. ‘산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 수많은 아픔의 고랑과 슬픔의 이랑들을 모아 / 어떤 사랑과 지혜의 밭을 일구는 것일 거라고 / 혼자 생각해보는 것이다.’ 혼자 생각해 보는 것이다 라고 말을 맺는 그의 말이 묘한 여운을 남기지 않나요.

 

삶이 깊어 갈수록 주름은 늘어갑니다. 마치 훈장처럼, 온몸에 음각(陰刻)됩니다. 사람이 가장 많은 주름을 가질 때, 태어날 때와 죽을 때입니다. 저는 두 아이의 탄생을 지켜보았으니 조금은 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의 모습, 예쁘기보다 사람인가 싶은 정도입니다. 10년 전에 돌아가신 제 어머니는 얼굴에 주름 투성이였습니다. 탄생과 죽음은 왜 주름인가를 생각했을 때 탄생은 삶을 앞으로 저장하기 위해서, 죽음은 삶을 주름에 저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화자는 말합니다. ‘산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 수많은 아픔의 고랑과 슬픔의 이랑들을 모아 / 어떤 사랑과 지혜의 밭을 일구는 것일 거라고. 딱 이 정도면 좋겠는데요, 누군가는 그 고랑에 아집이나 고집을 모아 타자를 힘들게 하는 밭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바라는 것은 그 아집의 밭을 만드는 자가 제가 아니었으면 하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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