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75) : 담쟁이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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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675)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고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를 모를 사람은 없지요. 봄에 연둣빛 새잎을 내밀면서 빠른 속도로 자랍니다. 식물이 느릿느릿 자란다고 생각하지만, 담쟁이 덩굴을 보면 식물의 성장이 얼마나 활달한 동선(動線)을 가졌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벽을 타고 자라는 담쟁이에게서 생명에의 강인한 의지와 희망을 찾아가는 꿈을 보게 되는데, 그것도 혼자만 가지 않고 이웃과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적인 힘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벽이 있을 때 주저앉아 절망하고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여럿이 손잡고 절망과 고난을 조금씩 이겨 나가는 담쟁이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시이지요.

 

이 시의 주 소재는 담쟁이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담쟁이 덩굴. 수두룩하게 자란 모습이 사실 나무나 꽃에 비해서는 외관상 좋아 보이지 않죠. 꼿꼿하게 자라지 않고 어떤 물체를 넘으면서 자라는 식물이기에 그럴지도 모릅니다. 시인은 이 담쟁이에서 '자신의 상황에 절망하지 않고 끝내 장애물을 넘어가는 꺾이지 않는 정신'을 찾았습니다. 벽에 가로 막힌 우리. 우리는 그 앞에서 좌절하고 있습니다. 그때 담쟁이가 말없이 우리 옆으로 다가옵니다. 보잘것없는 담쟁이라고 다를 게 뭐 있을까 하는 절망에 빠진 우리 앞에서, 담쟁이는 보란 듯이 벽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담쟁이가 벽을 넘을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구불구불 몸을 꺾으면서 벽을 탈 수 있으며 그것을 지탱하는 줄기와 뿌리, 그리고 벽에 쉽게 달라붙을 수 있도록 거친 표면 등 여러 요소 덕에 가능하죠. 우리가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그 담쟁이가 우리의 앞에서 벽을 오르고 있습니다. 편견에 휩싸여 담쟁이의 힘을 보지 못했습니다. 담쟁이는 그렇다고 우리를 비웃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그저 말없이, 천천히 벽을 오릅니다. 그리고 뒤이어,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올라갈 수 있도록 우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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