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76) : 5월 / 오세영 외


첨부파일





나의 애독시(676)

 

5 / 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오월은 내게 / 신경림

 

오월은 내게 사랑을 알게 했고

달뜨는 밤의 설레임을 알게 했다

뻐꾹새 소리와 기쁨을 알게 했고

돌아오는 길의 외로움에 익게 했다

다시 오월은 내게 두려움을 가르쳤다

저자거리를 메운 군화발소리 총칼소리에

산도 강도 숨죽여 웅크린 것을 보았고

붉은 피로 물든 보도 위에서

신조차 한숨을 쉬는 것을 나는 보았다

마침내 오월에 나는 증오를 배웠다

불없는 지하실에 주검처럼 처박혀

일곱밤 일곱낮을 이를 가는 법을 배웠다

원수들의 이름 손바닥에 곱새기며

그 이름 위에 칼날을 꽂는 꿈을 익혔다

그리하여 오월에 나는 복수의 기쁨을 알았지만

찌른 만큼 찌르고 밟힐 만큼 밟는 기쁨을 알았지만

오월은 내게 갈 길을 알게 했다

함께 어깨를 낄 동무들을 알게 했고

소리쳐 부를 노래를 알게 했다

 

 

오월의 시 /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敍情詩를 쓰는 5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散文的日常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 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오

 

말이 아낀 지혜(智慧)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

湖水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不信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至高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 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視力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가 되게 하십시오

 

 

오월의 숲에 들면 / 김금용

 

어지러워라

자유로워라

신기가 넘쳐 눈과 귀가 시끄러운

오월의 숲엘 들어서면

 

까치발로 뛰어다니는 딱따구리 아기 새들

까르르 뒤로 넘어지는 여린 버드나무 잎새들

얕은 바람결에도 어지러운 듯

어깨로 목덜미로 쓰러지는 산딸나무 꽃잎들

 

수다스러워라

짓궂어라

한데 어울려 사는 법을

막 터득한 오월의 숲엘 들어서면

 

물기 떨어지는 햇살의 발장단에 맞춰

막 씻은 하얀 발뒤꿈치로 자박자박 내려가는 냇물

산사람들이 알아챌까봐

시침 떼고 도넛처럼 꽈리를 튼 도롱뇽 알더미들

도롱뇽 알더미를 덮어주려 합세하여 누운

하얀 아카시 찔레 조팝과 이팝꽃 무더기들

홀로 무너져 내리는 무덤들조차

오랑캐꽃과 아기똥풀 꽃더미에 쌓여

푸르게 제 그림자 키워가는 오월의 숲

 

몽롱하여라

여울져라

구름밭을 뒹굴다

둥근 얼굴이 되는

오월의 숲엘 들어서면

 

 

 일 년 중 제일 좋은 때인 5월을 보내는 게 너무 아쉬워 그 아쉬움을 달래려고 한꺼번에 네 편의 시를 올립니다. 천지사방에 출렁이는 연두와 초록 물결, 그 사이를 찬란히 조명하는 햇빛을 품은 산의 품처럼 조금 더 넉넉해지는 우리가 되고 오월의 신록처럼 싱그러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종종걸음으로 지나쳐 온 시간을 위해 이제는 조금 느긋함으로 오월의 바람처럼 향기 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구요. 한창 좋은 오월의 중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 사월의 꽃 진 자리마다 슬그머니 들어앉은 나뭇잎들도 짙은 푸르름을 뽐내고 있고, 야산에서는 멀리서 가끔 뻐꾸기 소리도 들려옵니다. 딱따구리도 열심히 구멍을 뚫고 있겠지요. 그 좋은 오월이 손가락 사이로 슬금슬금 빠져나간 것 같군요. 오월에는 이름이 따로 붙은 날이 많아 그 의미 새기느라 더 바쁘고 그래서 더 빠르게 지나갈 수 있어요.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3,002개의 글

글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
3002서건석04:525
3001서건석26.05.0513
3000모하비26.05.0417
2999서건석26.05.0421
2998서건석26.05.0319
2997서건석26.05.0220
2996서건석26.05.0122
2995서건석26.04.3020
2994서건석26.04.2924
2993서건석26.04.2818
2992모하비26.04.2747
2991서건석26.04.2718
2990서건석26.04.2618
2989편영범26.04.2542
2988편영범26.04.2538
2987서건석26.04.2518
2986서건석26.04.2423
2985서건석26.04.2320
2984서건석26.04.2223
2983서건석26.04.2122
2982모하비26.04.2048
2981서건석26.04.2020
2980서건석26.04.1921
2979서건석26.04.1826
2978서건석26.04.1735
2977서건석26.04.1629
2976서건석26.04.1521
2975서건석26.04.1423
2974모하비26.04.1349
2973서건석26.04.1327
2972서건석26.04.1226
2971서건석26.04.1129
2970서건석26.04.1021
2969서건석26.04.0922
2968서건석26.04.0831
2967서건석26.04.0725
2966모하비26.04.0639
2965서건석26.04.0622
2964서건석26.04.0528
2963서건석26.04.0427
2962서건석26.04.0324
2961서건석26.04.0226
2960서건석26.04.0133
2959서건석26.03.3132
2958모하비26.03.3047
2957서건석26.03.3024
2956서건석26.03.2929
2955편영범26.03.2852
2954서건석26.03.2830
2953서건석26.03.2734
2952서건석26.03.2650
2951서건석26.03.2540
2950서건석26.03.2437
2949모하비26.03.2352
2948서건석26.03.2326
2947서건석26.03.2236
2946서건석26.03.2121
2945서건석26.03.2035
2944서건석26.03.1930
2943서건석26.03.1824
2942서건석26.03.1741
2941서건석26.03.1639
2940서건석26.03.1527
2939서건석26.03.1433
2938서건석26.03.1343
2937모하비26.03.1261
2936서건석26.03.1231
2935서건석26.03.1130
2934서건석26.03.1035
2933서건석26.03.0938
2932서건석26.03.0829
2931서건석26.03.0731
2930서건석26.03.0635
2929서건석26.03.0531
2928서건석26.03.0428
2927서건석26.03.0343
2926서건석26.03.0227
2925서건석26.03.0134
2924서건석26.03.0133
2923서건석26.02.2840
2922서건석26.02.2832
2921편영범26.02.2846
2920편영범26.02.2859
2919서건석26.02.2560
2918서건석26.02.2444
2917서건석26.02.2330
2916모하비26.02.2258
2915서건석26.02.2234
2914서건석26.02.2130
2913서건석26.02.2033
2912서건석26.02.1931
2911서건석26.02.1834
2910서건석26.02.1748
2909모하비26.02.1650
2908서건석26.02.1656
2907서건석26.02.1531
2906서건석26.02.1449
2905서건석26.02.1337
2904서건석26.02.1244
2903서건석26.02.1155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