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77) :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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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577)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봄이 오면 강 언덕에 풀잎들이 싱그럽게 돋아나고, 아침 햇살이 다사롭고, 산벚꽃이 희게 피어납니다. 화자는 화사한 봄날의 아름다운 정경을 바라보면서, 사람마다 닿을 길 없는 깊은 고독이 있다는 걸 느낍니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하면서 아름답게 피어난 꽃에서 삶의 아픔을 느낍니다. 아름다운 것들의 뒤에 서러움과 고통이 숨겨져 있다고 보는 거죠. ‘손이 닿지 않는그리운 것들이 꽃으로 피어난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문득 찾아오게 되는 것이지요, 철이 들면 말입니다. 그러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는 사실도 함께 터득하게 되겠지요.

 

풀잎 돋아나고 꽃들이 피어나도, 어디에도 닿지 않는 저마다의 고독이 있는 법. 아프지 않은 영혼이 따로 있을까요. 감정을 감추기 위한 것이 말()이듯, 닿지 않는 마음이 꽃이 되는 것이니 말과 마음을 아무 데나 내려놓지 마시지요. 세상은 어디나 황무지, 사람들을 왜 모를까요. 마음속에도 폐허가 있고, 천천히 꽃처럼 피어나는 고통도 있다는 것을.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라는 이 한 구절로도 단번에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시인 김용택. 그의 시는 섬진강처럼 영혼을 뚫고 흐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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