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76) : 가시나무 / 천양희


가시나무.jpg



나의 애독시(576)

 

 

가시나무 / 천양희

 

 

누가 내 속에 가시나무를 심어놓았다

그 위를 말벌이 날아다닌다

몸 어딘가, 쏘인 듯 아프다

()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잉잉거린다

이건 지독한 노역(勞役)이다

나는 놀라서 멈칫거린다

지상에서 생긴 일을 나는 많이 몰랐다

모르다니! 이젠 가시밭길이 끔찍해졌다

이 길, 지나가면 다시는 안 돌아오리라

돌아가지 않으리라

가시나무에 기대 다짐하는 나여

이게 오늘 나의 희망이니

가시나무는 얼마나 많은 가시를

감추고 있어서 가시나무인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를

감추고 있어서 나인가

가시나무는 가시가 있고

나에게는 가시나무가 있다.

 

 

 

삶은 가시밭길이죠. 인류를 구원한 예수 그리스도님이 걸어간 길이 가시밭길이었고, 그의 머리에는 가시 면류관이 씌어 있었음도 알고 있는 바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길에는 좋은 길도 있고 슬프고 힘든 길도 있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길을 지나 되돌아봤을 때, 발자국이 하나밖에 보이지 않아 하느님께 왜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외면했느냐?”고 물었더니 그 가시밭과 진창은 내가 너를 업고 건넌 곳이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지요. 살아가면서 내가 무심코 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가슴에 큰 상처가 되었고, 그것이 되돌아와 내 가슴에 큰 상처를 다시 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상처를 주기보다 치유의 손길을 먼저 내밀 때가 되었음을 자각해야 합니다요. ()

 

시인은 가시나무의 속성과 이미지를 통해 삶에서 겪는 고통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드러냅니다. 먼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픔을 가시나무와 말벌에 쏘인 모습으로 시각적 청각적으로 형상화하여 아픈 내면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이러한 아픈 생을 지독한 노역이라고 생각하며 멈추고 이 가시밭길을 끔찍해하며 다신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후 화자의 행동은 이상합니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화자는 이러한 희망을 가시나무에 기대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이게 오늘 나의 희망이라고 말입니다. 화자는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가시나무가 얼마나 많은 가시를 감추고 있듯이 나도 얼마나 많은 나를 감추고 있는 것을 이러한 고통은 존재의 본질인 것을 말입니다. 그리하여 화자는 고통이 존재의 본질임을 깨닫고 고통과 함께하는 삶을 수용하게 됩니다. 화자는 가시나무에 가시가 있듯이 나에게는 가시나무가 있다며 고통과 함께하는 삶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이렇듯 이 시는 가시나무를 통해 내면의 아픔을 형상화하며 이러한 내면의 아픔과 함께하는 삶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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