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75) : 나무처럼 / 오세영


나무8.jpg



나의 애독시(575)

 

나무처럼 / 오세영

 

 

나무는 나무끼리 어울려 살 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 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은 받아 안 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 알 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 듯

 

 

어떻게 하면 나무처럼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거지요? 나무는 잎 나고, 꽃 피고, 열매 맺는 일 모두가 철 따라 몸을 바꾸며 삽니다. 나무만큼 절기를, 철을 올바로 아는 것도 없지 않나 싶습니다. 또 태풍 앞에 당당히 서고, 가지끼리 손 마주 잡고 추위를 견딥니다. 그러니까 나무처럼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어찌 온전히 알 수 있으며, 가지끼리 잡고 추위 이기는 나무처럼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요. 절기를 수십 수백 번 넘긴 오래된 나무에서 우리는 신비로운 향기와 힘을 느낄 때 우린 나무만도 못한 미약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고 맙니다요.

 

자연을 보면, 자연 안의 많은 생명체들을 보면 그 살아가는 지혜랄까 삶의 모습이 참 놀랍고 대단합니다. 위대하고 엄청난 듯 보이지만 아주 소박하고 단순합니다. 그래서 자연을 보며 많은 걸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것같습니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어울려 살고,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며,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고 자라고,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하며 살 듯이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공감됩니다. 우리 사람도 실은 자연의 일부이죠. 자연스러운 자연으로 살아가는 것이 하늘의 섭리이고 은총입니다. 자꾸 특별하다, 다르다는 생각을 하면 자연의 은총도 모르고, 그 은혜나 섭리도 제대로 맛볼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계절을 살며 그 귀하고 놀라운 하느님의 창조 은총과 자연의 신비를 깊이 있게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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